이길호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전자기파의 한 종류인 마이크로파 세기를 이론적 한계(1초간 측정기준 1아토와트 수준)까지 검출할 수 있는 초고감도 검출기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성과를 통해 양자컴퓨팅 측정효율을 극대화하면 대규모 양자컴퓨터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우찬 포스텍 석박사 통합 과정 학생, 이길호 포스텍 교수(왼쪽부터) / 포스텍
정우찬 포스텍 석박사 통합 과정 학생, 이길호 포스텍 교수(왼쪽부터) / 포스텍
전자기파의 한 종류로 전자레인지에 사용돼 익숙한 마이크로파는 이동통신, 레이더, 천문학 등 폭넓은 과학 기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양자컴퓨팅과 같은 양자정보기술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이크로파를 초고감도로 검출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기존 마이크로파 검출기로 사용하는 볼로미터는 실리콘이나 갈륨비소 등 반도체 소자를 마이크로파 흡수 소재로 사용해 검출 한계가 1초간 측정 기준 1나노와트(10억분의 1와트) 수준에 머물렀다. 정밀한 세기 측정이 불가능했던 이유다.

이길호 교수 연구팀은 볼로미터의 소재와 구조 혁신을 통해 한계를 돌파했다. 먼저 마이크로파 흡수 소재로 반도체가 아닌 그래핀을 사용해 마이크로파 흡수율을 높였다. 이후 두 개의 초전도체 사이에 그래핀을 끼워 넣는 '조셉슨 접합 구조'를 도입, 그래핀에서 발생하는 전기 저항 변화를 10피코초(1000억분의 1초) 이내로 검출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파 검출을 이론적 한계인 1초간 측정 기준 1아토와트(100경분의 1와트) 수준으로 높일 수 있었다.

이길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차세대 양자소자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기반 기술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 기술을 활용하면 양자컴퓨팅 측정효율을 극대화해 대규모 양자컴퓨터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 레이시온 비비엔 사와 하버드대학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스페인 바르셀로나 과학기술연구소, 일본 물질재료연구기구와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