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요기요-배달 라이더 손잡았다…플랫폼 업계 최초 노사 자율협약 체결

장미 기자
입력 2020.10.06 13:47
배달 플랫폼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 배달 플랫폼 기업과 배달 라이더 노조가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자율 협약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약 7만5000명에 이르는 배달 라이더가 이번 협약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6일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플랫폼 포럼) 1기는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협약식을 열고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4월 출범 이후 약 6개월 만에 합의를 도출한 셈이다.

협약에는 우아한형제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스파이더크래프트, 민주노총 서비스 연맹, 라이더유니온 등이 참여했다. 학계에서는 이병훈 플랫폼 포럼 위원장(중앙대 교수)와 권현지 서울대 교수, 박은정 인제대 교수 등이 공익 전문가로 함께 했다.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 협약식 / IT조선
이번 협약은 공정한 계약, 작업조건과 보상, 안전과 보건, 정보보호와 소통 등에 관해 기업과 노동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시했다.

특히 노동자 안전을 위해 기업이 노력할 사항을 명문화했다. 산재 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적절한 교육과 보호장구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또 빠른 배달을 압박하지 않거나 위험한 속도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악천후나 감염병 위기 발효 시에는 안전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기업과 노동자 간 계약이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돼야 하며 노동자가 원하는 시간과 업무를 수행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노동자가 보수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기업이 세부명세서를 제시토록 했다. 기업이 정규직을 고용할 필요가 있을 때 기존에 플랫폼을 매개로 근무하던 노동자를 우선 채용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포럼은 향후 상설협의기구를 구성해 협약 이행을 점검하고 추가적인 노사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뿐 아니라 배달 서비스 소비자, 음식점 등 공급자, 지역 배달대행사와 같은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균형있게 고려해야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다만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 배민과 요기요 외 다른 플랫폼 기업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혔다. 포럼 측은 이들 기업의 참여를 당부했다.

이병훈 위원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배달 업계가 상생 문화를 구축하며 좋은 모델을 정착시킬지 아니면 참여 기업과 다른 기업 간 경쟁으로 인해 협약이 유명무실해질지 여부는 앞으로의 숙제다"며 "업계가 향후 협약 이행 과정을 지속 평가하는 한편 다른 기업과 종사자들도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아울러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종합보험 등 배달라이더 안전망에 대한 제도 개선 등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조대엽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등 정부 관계자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박홍근 의원도 이날 협약식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배달료 문제, 알고리즘을 포함한 업무 배분 정책 등 라이더 노조가 그동안 주장해 온 것들이 공식 의제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협약을 통해 현행 노동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민간에서 처음으로 노사가 함께 논의해 자발적인 협약을 만들었다"며 "협약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를 바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노동자의 안전과 권익을 위해 발전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본 협약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시도다"라며 "포럼이 제안한 정책과제를 적극 검토하고 전국민고용보험과 산재보험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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