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은 이 기업의 서비스 없이는, 이젠 하루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바로 구글이다. 직접 제조해서 파는 제품 하나 없이도, 구글은 글로벌 혁신 생태계를 호령한다. 구글이 꿈꾸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미래를, 그들의 'IP 빅픽쳐'를 통해 들여다 본다.
기술의 구글, 특허는 쭈글?
이번엔 구글 특허 1개당 청구항수 변화를 짚어봤다. 청구항은 갯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특허권의 권리범위가 확대 또는 축소된다. 물론, 출원과 이후 유지에 드는 비용도 그에 따라 크게 늘어나거나 준다. 구글의 청구항 갯수는 이미 10년전부터 매년 감소세를 이어 오고 있다. 구글 특허의 평균 청구항수는 15.89개를 기록했다. 이 역시 여느 테크 기반 글로벌 기업 대비 적다.
반면, '심사관 피인용건'은 매년 증가세다. 미 특허청 심사관들이 특허심사 작업시 구글 특허를 참고하는 일이 잦다는 거다. 그만큼 구글 특허의 우수성을 반증하는 지표이다.
<구글특허 피인용 관계도(숫자는 피인용 건수)>
구글의 출원량 감소 원인중 하나는, 늘어난 '특허 매입'에 있다. 신기술 개발시 기존엔 자사 연구진 총동원해 자체 개발에만 의존했다면, 최근에는 기왕의 타사 특허를 필요한 만큼, 필요한 때 사다 쓰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단 얘기다. 매입처별로 살펴보면, 역시 IBM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가져왔다. 다음으로는 일본의 히타치와 대만의 혼하이 등에서 각각 수백건이 넘는 특허를 매집했다. 구글은 한국 특허에도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17년 KT로부터 총 13건의 통신 네트워크 관련 특허를 쇼핑해갔다. 그에 앞서 2015년에는 아주대학교로부터 두 건의 무선통신망 관련 특허를 매입했다.
<구글의 주요 특허 매입처>
특허가 미운 구글
기본적으로 구글은 현행 특허제도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 이는 구글 뿐만 아니라, 신생 테크 기업들 사이의 기본 정서이기도 하다. 매순간 첨단 기술을 쏟아내야하는 이들 입장에서, 표준이나 원천 기술로 촘촘히 그물을 치고 있는 기존 특허권자와 어떤 형태로든 침해 잇슈를 야기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태생적 한계다.
그래서 구글은 최대한 기존 특허를 무력화시키는데 주력해왔다. 광고 하나 붙지않는 온라인 특허검색 서비스 '구글 패이턴트'(patents.google.com)에, 매년 막대한 개발 자금을 쏟아부으며 성능 개선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사람이 구글링 하듯 선행기술을 찾아낸다면, 자신들을 괴롭혀온 기왕의 특허를 손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게 구글의 속내이다.
기본적으로 특허소송은 부자를 상대로 한다. 그래야 뜯어 먹을 게 많아서다. 지구상 가장 돈 잘버는 기업중 하나인 구글을 그냥 둘 리 없다. 실제로 구글은 매년 20~30여건의 특허소송에 피소된다. 주로 PAE나 NPE 등 이른바 특허괴물로 불리는 소송전문 꾼들을 상대해야 하는 버거운 싸움이다.
지난 2014년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의 푸시알림 기능 관련 특허 침해 혐의로 피소돼, 미 연방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 건 하나만으로 구글은 무려 1억2500만 달러, 우리돈 1340억원을 토해내야 했다. 크롬 브라우저 관련 특허 침해로는 230억원을 물어주기도 했다.
미국내 첨단기술 관련 송사의 84%가 PAE 등 특허괴물에 의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피고 테크기업들은 매년 800억 달러의 손실을 본다. 소송 비용 역시 건당 330만 달러에 달한다. 요행 이긴다 해도 내상이 크고 깊다.
*크롬 브라우저 관련 침해 소송에 적용된 원고 측 특허(컴퓨터 시스템을 악의적인 하드웨어로부터 보호하는 시스템 및 방법)의 대표 도면 <자료: 윈텔립스>
'LOT네트워크'로 자구안 마련
당하고만 있을 구글이 아니다. 1000억원이 넘는 배상액 판결 직후, 구글은 일종의 글로벌 특허 동맹전선을 구축한다. 'LOT(License on Transfer) 네트워크'다. 회원사끼리는 자유롭게 특허 나눠쓰고, 회원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도 공동 응대하자는 게 이 동맹 골자다. 처음엔 구글을 비롯한 몇몇 테크기업들이 회원사의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마존과 페이스북, 테슬라 등 주요 테크 기업은 물론, 도요타나 포드, 푸르덴셜, 시티그룹 등 다양한 분야의 전세계 유력기업들이 대거 참여, 현재 750개 업체 230만개 특허가 LOT 산하에 편재돼있다. 특히, 최근에는 IBM마저 이 네트워크에 전격 가입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독점 vs. 공개...IP 빅데이터에 방점을 둬야
특허는 기본적으로 '독점'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대전제가 있다. 바로 '공개'다. 자신의 기술을 세상에 낱낱이 밝혀야만, 비로서 배타적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게 특허라는 제도다. 공개란 절차를 통해 누구나 그 기술을 들여다 보고 진일보시켜, 산업 발전을 꾀하는 것이 결국 공공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믿음, 이게 바로 특허제도 탄생의 사회적 합의점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는 공개보다는 '독점'에만 매몰돼, 소송 등 권리보호에 특허권을 남용해온 게 불편한 진실이다. '공개'로 방점을 옮겨보면, 이제는 이를 통해 양산되는 '특허 빅데이터' 등으로 또다른 수익화를 꾀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는데도 말이다.
‘폐쇄와 독점’의 지속이냐, ‘개방과 혁신’으로의 변신이냐? 올해 나이 500살 쯤된 특허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난폭하지만 어쩌면 어떤 형태로든 이젠 답을 해야 할 질문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IP컨설턴트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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