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파트너’ 협업 사례 늘어
핀테크 자체 경쟁력 위해 전폭 지원
해외에도 핀테크랩 세워…"경쟁 아닌 상생 목표"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금융 스타트업 육성 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들 금융사는 신기술 창업을 활성화해 새로운 핀테크 산업을 발굴하고, 이들과 동반 금융사로서 협업하는 청사진을 그린다. 이제는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는 추세다.

스파크플러스 성수점 디노랩 사무공간./ 스파크플러스
스파크플러스 성수점 디노랩 사무공간./ 스파크플러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 은행이 금융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며 새로운 인큐베이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5년 3월 국내 금융사 중 가장 먼저 핀테크랩 'KB이노베이션 허브'을 도입한 KB금융은 현재까지 111개 스타트업을 'KB스타터스'로 선발했다. KB금융과 146건의 제휴, CVC 펀드 등을 통해 395억원을 지원했다. 스타트업 가운데 ‘플라이하이’와 협업해 서류발급·제출 등 번거로운 작업을 줄이고 인증절차를 간편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 것이 대표 사례다.

신한금융도 2015년부터 신한퓨처스랩을 운영하며 6년간 195개의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1기부터 6기까지 꾸준히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직접투자 220억원 외 총 308억원을 투자했다. 신한 퓨처스랩 출신의 P2P금융 어니스트펀드, 빅데이터 기반 부동산 스타트업 빅밸류 등이 대표 성과로 꼽힌다. 또 실물 카드 없이 터치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아이폰 터치 결제’ 폰케이스를 개발한 '단솔플러스'와 상권분석을 제공하는 ‘오픈업’ 등도 신한퓨처스랩이 배출했다.

NH농협금융 핀테크 육성프로그램 ‘NH디지털챌린지플러스(Challenge+)’는 스타트업 104곳을 육성했다. 이 가운데 12개 이상의 스타트업은 15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농협은행은 자체 시스템 개발뿐 아니라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지원 사업 선정, 민관 협력 기반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 육성 등의 정부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핀테크 기업 54개사와 협업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디노랩 프로젝트에 참여할 업체를 지속 선발, 심사를 거쳐 육성하고 있다. 아파트 정보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동산 플랫폼, 디지털 자산 관리 플랫폼 등 오픈이노베이션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등이 포함돼 있다.

하나금융 ‘1Q 애자일랩(Agile Lab)’은 총 97개 핀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육성한 기업들과 손잡고 2018년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비정형 부동산 시세를 산정했다. 올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하나원큐 얼굴인식 및 인증 솔루션을 도입했다.

5대 금융 지주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과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은 2016년 베트남에 이어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에 두 번째 해외 신한퓨처스랩을 세웠다. 신한퓨처 베트남, 인도네시아 소속 스타트업을 위한 별도의 IR 행사를 마련 글로벌 현지 스타트업 투자 유치도 적극 도울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2019년 10월 동남아시아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핀테크랩 센터 '디노랩 베트남'을 세웠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핀테크 기업에 사무공간 마련, 현지 기관·기업과 네트워크 주선, 우리은행 베트남 현지법인과 연계 사업 발굴 등 신남방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

이처럼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간 협업 모델이 하나둘씩 성과를 내면서 핀테크 업계에선 금융 지주사들의 스타트업 지원이 한층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따라 금융사들의 디지털전환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사와 협업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라며 "혁신서비스는 은행과 핀테크랩 스타트업이 꾸준히 소통하고 관계를 맺은 결과 실제 금융서비스 출현까지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금융사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에서 내년에는 금융 지주와 스타트업 간 협력, 지원이 더 본격화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