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극장 관람객이 줄어든 가운데 몇몇 할리우드 대작 영화가 결국 2021년으로 개봉을 미뤘다. 대작 영화의 잇따른 개봉 연기에 극장가도 시름이 깊어졌다. 하반기 매출 회복을 기대했던 국내외 극장 사업자들이 영업중단 등 특단의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7일, 극장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대작 영화 개봉이 연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무기한 휴관 등 정상적으로 운영이 어려운 가운데 손익분기점이 높은 대작 영화를 섣불리 공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 유니버설
007 노 타임 투 다이. / 유니버설
영국에 본사를 둔 시네월드는 5일(현지시각), 8일부터 2개월간 미국·영국에 위치한 모든 극장 영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시네월드의 발표는 주가하락으로 이어졌다. 같은 날 런던 증권시장에서 시네월드 주식은 전날 대비 36.15% 급락한 25.2파운드(3만800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시네월드는 중국 완다시네마 다음으로 큰 글로벌 극장 체인이다. 10개국 790개 극장에서 총 9518개 스크린을 운영 중이다. 시네월드 극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는 4만5000명에 달한다.

한국 대표 영화관 CGV도 운영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CJ CGV에 따르면 9월 기준 CGV 극장을 다녀간 관람객 수는 전년 대비 30%에 불과하다. 회사는 2분기 1305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봤다.

월트디즈니는 마블 히어로 영화 ‘블랙위도우’ 개봉일을 2021년 5월 7일로 연기한다고 최근 밝혔다. 블랙위도우는 4월 30일 한국에 개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11월 6일로 연기한 바 있다.

블랙위도우 개봉일이 1년 넘게 연기되면서 다른 마블 히어로 영화도 개봉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마블 스튜디오는 본래 2021년 중국인 슈퍼히어로 ‘샹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샹치 앤 레전드 오브 텐 링즈’와 한국 배우 ‘마동석’이 주연급 캐릭터로 등장하는 ‘이터널스’, 제목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스파이더맨’ 최신작 등을 극장서 공개할 계획이었다. 2022년 2월에는 여성 토르를 앞세운 ‘토르 러브 앤 썬더’도 개봉될 예정이었다.

블랙위도우의 1년 연기로 마블영화세계관(MCU) 영화 작품은 모조리 개봉일이 재조정될 것이라는 것이 영화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코로나19로 촬영도 어려워졌기 때문에 개봉 예정작 공개일정도 조정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마지막 007 작품인 ‘007 노 타임 투 다이’도 결국 개봉일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유니버설과 MGM스튜디오는 2일(현지시각) 007 최신작 개봉일을 2021년 4월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007 최신 영화 역시 올해 4월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탓에 11월로 개봉일을 바꾸는 등 이미 한차례 연기한 바 있다.

‘빈 디젤’ 주연의 액션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도 올해 5월에서 2021년 4월로 1년 연기됐다.

영화 업계 한 관계자는 "2021년에도 영화·극장업계는 어려움에 시달릴 것으로 본다"며 "백신과 치료제가 등장해도 극장을 이용하는 관객들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관객 수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