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IT 강국을 넘어 인공지능(AI) 강국으로’라는 비전을 선포하며, AI 국가 전략을 제시했다. 초중등 교육에 AI를 필수 교과과정으로 추가하고, 대학에는 AI학과·AI대학원을 개설한다는 내용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디지털 뉴딜 정책으로 AI·소프트웨어(SW) 인재 10만 양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AI 인재 육성 방안은 장기적 대비책이다. AI 인재 양성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2019년 9월 개원한 AI 대학원에서 박사 인재가 배출되는 시점은 2024년 이후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4차산업 시대에 당장 투입될 수 있는 인재 확보는 필수다. 그만큼 인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가마다 AI 인재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AI 분야에서 부족한 전문인재 수는 2019년 1000명 수준에서 2022년 4500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AI 인력 유입보다 유출이 많은 국가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박사학위 취득자의 약 20%는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글로벌 차원으로 펼쳐지는 치열한 AI 인재 확보 경쟁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AI 인재 유입이 유출보다 많은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핵심 기반인 SW 생태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중견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SW에 대한 가치평가 기준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SW 생태계가 탄탄하게 조성될 때 각 기업에 AI 인재 처우를 개선할 여력이 생길 것이다.

부족한 인재를 해외에서 유입할 방안도 필요하다.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에서 AI 인재를 끌어올 수 없다면 소득 수준은 낮지만, 우수한 AI 인재를 다수 보유한 국가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해당 국가와 공동 연구·인력 교류를 확대하면서 연구비 지원과 같은 정책을 펼칠 때 한국 기업에 해외 인재가 유입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AI분야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후진국으로 뒤쳐지느냐 기로에 서 있다. 전자가 되기 위해서는 풍부한 인재 확보가 절실하다. AI인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황에서 한숨만 내쉬어서는 안된다. 결단이 필요하다. 설령 우리보다 뒷쳐진 나라일지라도 과감한 해외 우수 AI인재 조달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중국과 같은 AI강국 기술에 종속돼 또 다른 국가 도약의 기회를 잃게 된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