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박대출 의원(국민의힘)의 발언으로 두 번이나 중단되는 등 파행 위기를 맞았다. 네이버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를 통해 국회를 조정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중 나온 동료 의원에 대한 공세 때문이다.

여야 의원 간 다툼으로 중단된 과방위 국정감사 / 국회의사중계갈무리
여야 의원 간 다툼으로 중단된 과방위 국정감사 / 국회의사중계갈무리
박 의원은 7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네이버가 주도하는 협회의 각본대로 (국회가) 했다는 문서가 있다"며 "국회까지 네이버가 영향력을 뻗친 것이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여야 의원이 참여하는 국회 연구단체인 '국회 디지털경제 혁신연구포럼'은 인기협 정책국에서 아이디어를 냈다고 판단했다. 인기협은 회장인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고 있는데, 국회의원 연구단체를 인기협이라는 과기부 산하 단체에서 움직이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기협 문서를 보면 21대 국회 개원에 맞춰 ICT 분야 협회와 공동으로 조직하고 운영하고자 한다고 돼 있고, 굵은 줄로 표시된 위원이 실제 대표 위원이 됐다"며 "한성숙 대표가 출범식 때 강연까지 했는데, 협회가 의원연구단체까지 하는 것은 청부 입법과 국회 로비 아닌가"라고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물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국회 농단의 증인으로 이해진 대표가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기영 장관은 "자세한 내용을 몰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박대출 의원의 발언에 윤영찬 의원을 포함한 여당 의원들이 사과를 요구했다. 정당한 의정활동에 모욕적 언사를 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포럼 출범식 때 여야 대표도 다 왔다"며 "민간 기업이 여야 의원을 휘둘러 국회를 접수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의원님들이 다 허수아비인가, 반드시 사과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또 "인기협 외 수많은 협회가 참여했고, 같이 논의했다"며 "마치 유착처럼 이야기 한 것은 모욕이므로 속기록에서 삭제해야 하며, 윤리위까지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대출 의원이 ‘특정 위원이 로비 당했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야당 측 의원들이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하자 국정감사를 정회하기까지 이르렀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여야 간사에게 국회 주문형비디오(VOD)를 보고 박 의원 발언에 대해 속기록 삭제 여부와 사과 등을 협의하라고 말한 후 국정감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감사 재개 후에도 의원들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국정감사가 한번 더 중지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여당 간사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동료 의원들이 특정회사의 사주를 받은 누군가를 통해 속아넘어 가입한 것으로 규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며 "국회의원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유착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기관으로 규정했으므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인기협에서 거꾸로 올라와 만든 단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갖지 않았나 싶다"며 "문맥은 그런 내용(동료의원 폄하)이 아니니 적절한 수준에서 얘기를 끝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 힘 소속 허은아 의원과 조명희 의원도 박대출 의원의 의도가 동료의원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엄호했지만,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과 우상호 의원은 원활한 국감 진행을 위해 사과를 재차 요구했다.

박대출 의원은 "네이버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일 뿐 동료 의원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여야 의원 간 언성이 높아지자 결국 이원욱 과방위원장이 감사중지를 선포했다.

오후 5시쯤 결국 박대출 의원이 "진의를 말씀드렸지만 동료 의원들이 불편하시다면 유감이다"라고 말한 뒤 감사를 재개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