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동차협회 소속 4개사와 테슬라, 1만대 클럽 가입
볼보·쉐보레·미니도 1만 클럽 가시권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외산차 1위 자리 놓고 각축

국내 수입차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에도 계속 성장 중이다. 판매 1위 자리를 놓고 굴지의 자동차 그룹들이 한국시장서 격돌한다.

수입차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연간 판매량 1만대다. 한국 외산차 중 9월까지 연 1만대 고지를 넘어선 업체는 벌써 5곳이다.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는 차량이 확 늘어난 셈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한국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폭스바겐 티구안, 테슬라 모델3 / 각사
(왼쪽부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폭스바겐 티구안, 테슬라 모델3 / 각사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20년 9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 대수는 2만1839대, 1~9월 누적 등록대수는 19만1747대다. 전년 대비 월 판매기준 8.1%, 누적 기준 14.8% 급증했다.

2019년 글로벌 자동차 경기침체의 영향에 따른 기저효과가 두드러졌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올해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한 악영향까지 고려하면 예상 외의 성과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2018년(26만705대) 이후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올해 경신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브랜드 성공을 가늠하는 ‘1만대 클럽'에는 9개월만에 5개 업체가 가입했다. 메르세데스-벤츠(5만3571대)와 BMW(4만1773대), 아우디(1만6971대), 폭스바겐(1만276대) 등 독일 브랜드들이 수입차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 여기에 KAIDA 회원사는 아니지만, 국토교통부 신차등록통계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도 올해 신규등록 1만대를 넘어섰다(1만518대).

하반기에도 수입차 브랜드들의 ‘물량 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선두권 다툼이 치열하다. 지난 5일 BMW는 브랜드 베스트셀링 세단 5시리즈 부분변경을 전격 출시했다. 업계에서 11월 출시설이 돌았던 5시리즈지만 BMW코리아의 적극적인 준비로 출시 일정을 최대한 앞당겼다는 후문이다.

느긋하게 신차 출시를 준비하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E클래스 부분변경 출시일정을 이달 13일로 잡았지만 ‘한 방’ 먹었다는 인상이 강하다. 5시리즈와 E클래스는 가망고객이 겹치는 대표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인만큼 각 신차의 성공여부가 브랜드 판매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전망이다.

국내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연 판매기준으로 올해 BMW가 메르세데스-벤츠를 역전하긴 쉽지 않지만, 4분기 뉴 5시리즈 출시 이후 분위기 반전을 노리기 충분한 상황이다"라며 "2010년대 초반 수입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하며 판매 1위를 차지했던 BMW가 칼을 간 모습이다. 지난 8월 32개월만에 수입차 판매 1위를 탈환하면서 회사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비(非) 독일계 브랜드의 도전도 매섭다. 미국 테슬라의 경우 독일 외 브랜드 중 유일하게 3분기 기준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테슬라는 9월에만 2056대 신규등록됐다. 7월 64대로 곤두박질 쳤던 테슬라 실적은 8월 1391대에 이어 9월까지 두달연속 네자릿수대로 크게 올랐다.

테슬라 성장의 중심에는 모델3가 자리잡고 있다. 모델3는 주문 후 대기시간이 1년 이상에서 수개월로 단축됐다지만, 여전히 대기수요가 탄탄하다. 올해 테슬라 판매 대부분은 모델3가 책임졌다. 올 9월 현재 모델3 누적 판매대수는 9900대를 넘어섰다.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 덕분에 테슬라의 국내 공급도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테슬라는 올해 2월(1402대)과 3월(2415대), 6월(2827대) 월 2000대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그러나 4월(5대), 5월(86대), 7월(49대) 등 수입물량 부족으로 3개월을 ‘개점휴업'하는 등 불안한 출고관리가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테슬라 외에도 신형 S90으로 E세그먼트 세단 정면 대결을 선언한 볼보(8322대), 최근 북미산 자동차 판매 비중을 늘려가는 쉐보레(9503대), 적극적으로 주요 라인업에 신차를 투입하는 미니(8322) 등도 연내 ‘1만대 클럽'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한일 무역갈등 속에서도 조용히 내실을 다진 도요타(4260대)도 같은 식구인 고급 브랜드 렉서스(5750대)와 실적을 더하면 올해 이미 판매 1만대(1만40대)를 넘어섰다.

임한규 KAIDA 부회장은 "9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은 일부 브랜드가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상위권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재고확보와 신차효과에 힘입어 전월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