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환경에 특화된 ‘게이밍 모니터’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관련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더욱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특히 해외 브랜드 및 중소 브랜드가 주류를 형성하던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 삼성과 LG 등 국산 브랜드들이 프리미엄급 제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세를 넓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게이밍 모니터 시장 진출 4년 만에 ‘선두권’ 진입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보인 것은 삼성전자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9년 기준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 시장(주사율 100㎐ 이상)에서 금액 기준 18.4%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본격적인 게이밍 모니터 제품군을 출시한 이후 4년 만에 거둔 성과다.
해외에서도 삼성 게이밍 모니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급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G9’의 경우 미국의 테크 전문가 모임 ‘AVS 포럼’과 IT 전문 매체 ‘테크아리스(Techaeris)’, 하드웨어 커뮤니티 ‘오버클럭닷넷(Overclock.net)’과 영국 IT 전문 매체 ‘트러스티드 리뷰(Trusted Review)’ 등으로부터 최상급 게이밍 모니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CES 2020에서 처음 공개하고 지난 6월 첫선을 보인 이 제품은 ▲더욱 강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1000R 곡률 ▲최대 240㎐의 부드러운 게임 화면 ▲1㎳의 빠른 응답속도 ▲최대 1000니트(nit) 밝기의 QLED 디스플레이 ▲32:9 비율의 49인치 슈퍼 울트라 와이드 화면 ▲HDR10+ 지원을 통한 고품질 영상 등 업계에서도 최상급에 꼽히는 사양과 성능을 제공한다.
그 아래로는 마찬가지로 6월 선보인 ‘오디세이 G7’이 포진 중이다. 32인치 및 27인치 16:9 비율 화면을 제공하는 오디세이 G7 역시 1000R 곡률과 최대 240㎐의 주사율, 1㎳ 응답속도, 600니트의 밝기 및 HDR 600 지원 등의 최상급 사양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인기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소속팀 SK T1과 협업한 ‘T1 페이커 에디션’을 선보이면서 전 세계 게이머들을 공략하고 있다.
‘4K 게이밍 모니터’ 앞세운 LG전자도 게이밍 시장 속도 낸다
상대적으로 게이머들의 선호도가 높은 IPS 계열 패널, 게이밍 모니터로서 끝판왕급인 4K 해상도, 게이밍 사양으로 충분한 144㎐ 주사율의 3박자를 모두 갖춘 이 제품은 정상가 109만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초도 물량이 순식간에 동이 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3일에는 미국에서 이 모니터를 이용한 게이밍 대회가 열렸다. 대회는 온라인으로 생중계 했다.
지난 3월 출시한 ‘울트라기어 27GN750’ 역시 최대 240㎐의 고 주사율을 지원하는 LG디스플레이의 최신 IPS 패널을 채택, 빠르고 부드러운 게임 화면과 IPS 패널의 색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이머들의 눈길을 끈 바 있다.
가장 최근 선보인 ‘울트라기어 38GN950’은 38인치 크기의 21:9 IPS 와이드 패널에 LG 게이밍 모니터 중에서 보기 드문 커브드 화면, 4K급 해상도, 최대 160㎐의 주사율 등의 동급 최상급 사양으로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LG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2020년 상반기 자사 게이밍 모니터의 판매량이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량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빠르게 성장 중인 시장에 지포스 30시리즈의 등장도 ‘호재’
게이밍 모니터 시장 전망은 꽤 밝은 편이다. ID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120㎐ 이상) 시장은 500만 대 규모에 육박해 전년 동기 대비 1.5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규모도 올해 36억 달러(4조1490억 원) 규모에서 2023년까지 45억 달러(5조1862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 역시 앞서 언급한 대로 올해 100㎐ 이상 게이밍 모니터의 예상 출하량이 122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게이밍 모니터의 사양도 더욱 좋아지고 있다. 고성능 게이밍 모니터 부문의 선두 브랜드인 에이수스는 업계 최고 수준인 280㎐ 주사율의 게이밍 모니터를 지난 2월 정식 출시한 바 있다. 다른 게이밍 모니터 브랜드들도 현재 주력인 144㎐~165㎐에서 더욱 향상된 240㎐급 제품으로 넘어가려는 모양새다. 해상도 역시 풀HD(1920x1080)를 벗어나 WQHD(2560x1440) 급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중이다. 특히 32인치 이상 대화면 게이밍 모니터에서 고해상도 채택 비중이 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소비 위축과 중국산 저가 패널의 범람으로 TV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고부가가치 디스플레이 상품이자, 갈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업계의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게이밍 시장이 계속 성장 중인 것도 게이밍 모니터 시장을 견인하는 요소 중 하나다.
그렇게 성장하는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서 삼성과 LG는 돋보이는 기술력과 제품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는 중이다. 이미 TV 시장에서 세계 시장을 휘어잡는 양사가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서도 최상급 브랜드로 떠오를 날이 머잖아 보인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