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Q 인터뷰]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김탁환 저자

차주경 기자
입력 2020.10.14 09:00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이 책은

도시에 살며 10여년간 20권이 넘는 소설을 쓴 ‘도시 소설가’가 있다. ‘조선마술사’와 ‘조선명탐정’, ‘불멸의 이순신’과 ‘황진이’ 등 그가 쓴 역사소설 여러 편이 인기 영화와 드라마로 다시 태어났다. 늘 새로운 변신을 도모하는 도시 소설가는 소설과 영화·드라마의 협업을 이끄는 스토리 디자이너로도 활동한다.

시골에 살며 15년간 동식물과 자연 생태계를 연구·개발한 ‘농부 과학자’가 있다. 미생물 박사, 기업가이기도 하다. 농부 과학자는 자연 생태계와의 공존, 인간다운 삶의 철학을 늘 궁리한다. 2019년엔 유엔식량기구 모범농민상도 받았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 열린책들
도시 소설가 김탁환과 농부 과학자 이동현이 만났다. 이야기가 땅을 만나서 새 생명을 품었다. 이 신비한 순간을 보고 도시 소설가는 ‘마을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순간, 그의 눈 앞에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것들, 꼭 지켜야 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시 소설가는 농부 과학자를 만나 느낀 감흥들을 책으로 옮겼다. 지키고 싶은 것들의 가치와 아름다움, 그 본질을 엮은 책이 김탁환 저자의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해냄)’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를 쓴 김탁환 저자에게 다섯가지 질문을 물었다.

Q1. 그동안의 소설과는 다른 형식의 글입니다. 르포형 에세이 형식의 책을 내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픽션인지 논픽션인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이야기꾼이므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인물이나 사건을 만나면 어떤 방식으로 풀지 고민한다. 이 책을 구상할 때에도 소설로 풀지 논픽션으로 풀지 생각했다. 그러다 프로형 에세이가 낫겠다고, 내 생각을 솔직하게 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존 방식과 다른게 아니다. 나는 그저 ‘이야기’를 쓰고 있다.

Q2. 농부과학자 이동현은 작가 김탁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도대체 왜, 어떻게 그에게 빠지게 됐나요?

-글을 쓸 때 누군가를 만나면 그를 머리로 생각해본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이해가 안되면 글을 쓰지 않는다. 문장으로 그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야 글을 쓴다.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이런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은 만명 중 한명쯤 나온다.

이동현 선생을 만나자마자 이런 욕망이 들었다. 그를 만나고 글을 쓰고 싶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이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쓰는 행위로 그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글을 쓰는 것은 밑빠진 독에 시간 붓기다. 이해할 때까지 시간을 쏟아부으면 어느 순간 이해가 된다. 그러면 문장으로 옮긴다. 내가 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Q3. 창작자로도, 비평가로도 활동했습니다. 스스로는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작가 외에 다른 길을 걷기에 나는 2% 부족한 사람이다. 비평도 내고 논문도 몇편 썼지만, 좋은 학자나 좋은 비평가가 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글을 쓰면서 뭔가 이야기를 만들며 느끼는 기쁨이 훨씬 컸다. 쓰면 쓸 수록 스스로가 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작가의 길을 선택했다.

나를 흔히 작가이자 평론가라고 소개하는데, 나는 평론가라는 소개에 선을 그어버린다. 나는 그저 작가다. 소설가다. 삶의 갈림길이 있다고 하면, 작가를 선택하지 학자나 비평가의 길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Q4. 이 책이 김탁환 저자에게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김탁환 작가가 가고 싶은 길, 살고 싶은 삶은 어떤 것인가요?

-나는 이야기꾼으로 계속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쓰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이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상상의 세계와 이야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꼭 거쳐야 하는 것들이었다. 정말 중요한 것이었는데, 왜 나는 그냥 지나쳤을까 후회했다. 그러다 나처럼 중요한 것을 그저 지나치는 이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지나친 것들, 생태나 영성의 문제를 되찾아 다시 밟아볼 방법이 무엇일까 뒤늦게야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썼고, 그래서 내 삶은 많이 바뀔 것이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Q5. 저자로서 독자가 꼭 읽었으면 하는 챕터 혹은 문장을 두개쯤 선정해주세요.

-사람만 만나지 말고 ‘사람이 아닌 존재’를 만나라. 이 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사람에 치여 상처받는다. 사람만 생각하는 것이 도시의 삶이다.

도시를 벗어나면 사람도 만나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를 만나게 된다. 나무, 강, 산 등 사람이 아닌 존재를 만나서 사귀고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

원래 사람은 이런 존재다. 사람뿐 아니라 사람이 아닌 존재와 교감하는 존재다. 도시가 수만년 이어져온 사람의 이러한 생태를 변질시켰다. 사람이 아닌 존재를 만나는 시간이 길 수록, 그의 영혼이 깊어진다. 그러니 도시를 떠나라. 시골로 가 보라.
※역사책방은 10월 중 출판 강연과 행사를 아래처럼 마련합니다.

10월 15일(목) 19:30 정병모 저자 ‘책거리’
10월 17일(토) 10:30 김인철 저자 ‘성북동을 가다’
10월 21일(수) 19:30 서촌탐구 ‘서촌, 살다보니’
10월 22일(목) 19:30 정석 저자 ‘서촌, 참한 도시’
10월 27일(화) 19:30 김미경 저자 ‘그림으로 서촌을 읽다’
10월 28일(수) 19:30 윤후명 저자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

역사책방 페이스북/홈페이지에서 확인·신청할 수 있습니다.

저자 김탁환은

1968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등단한 후 진해 해군사관학교와 건양대학교, 한남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한편으로는 방대한 조사 자료와 치밀한 고증, 탁월한 상상력과 기억을 단정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지은 소설도 수십권 엮었다.

김탁환 저자 / 차주경 기자
김탁환 저자는 매일 50여매의 원고를 거의 빠짐 없이 쓰는 ‘소설 노동자’다. 세상 변화, 흐름을 읽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콘텐츠 기획사 ‘원탁’의 대표 작가이자 영화·드라마와 소설의 협업을 시도하는 스토리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대표작으로 ‘조선마술사’, ‘목격자들’, ‘노서아가비’,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독도 평전’, ‘허균, 최후의 19일’, ‘열하광인’, ‘열녀문의 비밀’ 등 장편소설이 있다. ‘천년습작’, ‘김탁환의 독서열전’, ‘원고지’ 등 산문집도 냈다.

book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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