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취향저격 체험공간
1달간 1만5000명 방문

서울 강남 빌딩 숲 한가운데 범상치 않은 공간이 생겼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새소리가 지저귄다. 대형 디스플레이로 꾸며진 벽과 천장은 푸른 식물로 가득하다. 직원들도 사파리 의상을 입고 있어 마치 밀림 속에 온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LG유플러스가 만든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1층 전경이다.

일상비일상의틈 1층 천장 / 류은주 기자
일상비일상의틈 1층 천장 / 류은주 기자
LG유플러스 15일 ‘일상비일상의틈’을 소개하기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 7개층, 총 420평 규모로 꾸며진 이곳은 ‘LG유플러스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특징이자 콘셉트다.

김새라 LG유플러스 마케팅그룹장은 "고객들이 통신사에 느끼는 선입견(강매)들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며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강제로 보여주는 방식은 더는 고객들에게 먹히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이 오고 싶어하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현하다, 글라스하우스 등 기성세대는 잘 모르지만 MZ세대들에게 화제가 되는 장소 또는 브랜드들과 제휴를 맺었다"며 "강남하면 떠올리기 힘든 ‘자연', ‘힐링'이라는 느낌을 주도록 공간을 꾸몄더니,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 입소문만으로 한 달 만에 1만5000명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1층은 물론 각 층마다 최신 스마트폰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LG 윙'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9월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20 시리즈와 폴더폰 등을 전시했었다.

2층은 강원 고성의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카페 ‘글라스하우스'가 입점해있다. 강원도에서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들을 그대로 옮겼다. LG유플러스 고객의 경우 50%, 타사 고객은 30% 음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한쪽 벽면에 설치된 LED사이니지를 통해 강원도 해변풍경과 서퍼들도 구경할 수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2층, 3층, 4층, 지하 공간 / 류은주 기자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2층, 3층, 4층, 지하 공간 / 류은주 기자
3층은 독립서적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이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도서들을 큐레이팅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에는 스마트폰만 올려놔도 무선충전을 할 수 있도록 꾸며 놓는 등 섬세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4층은 ‘시현하다’ 작가와 함께 증명사진, 스냅샷을 촬영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고객은 50%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콘셉트의 포토존이 많다보니, 독특한 인증사진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MZ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5층에서는 LG유플러스의 5G 서비스를 체험하고 콘텐츠도 감상할 수 있다. 대형 미디어룸에서는 영상 감상 후 의견을 나누는 커뮤니티 모임 ‘넷플연가' 등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이벤트 존에서는 LG 클로이 로봇바리스타가 만든 커피를 마시면서 스마트 홈트, 클라우드 게임, U+AR·VR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하 1층은 문화예술 공간이다. 분기별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현재는 반려견을 테마로 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의 펫케어 팸플릿이 비치돼 있긴 하지만 구석에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LG유플러스는 고객이 원하는 공간을 만든 후, 간접적으로 LG유플러스 서비스를 알리는 방식을 중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밀고 나간다. LG유플러스 브랜드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고객들이 원하는 소통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자연스러운 맥락에서 브랜드를 노출하는 전략을 택했다.

김 그룹장은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제휴 기간은 1년 단위다"며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프로젝트 기간은 5년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시도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보니 완벽하지 않다"며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개선하는 애자일 방식으로 새로운 소통 플랫폼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현장에서 얻는 실시간 고객 반응을 기반으로 사업 기회를 포착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고, 이를 체험하기 위해 고객이 재방문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생태계가 자리잡힌다면 다른 곳으로도 확장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