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과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이 맞물린 상황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사업 강화를 위한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브컴퍼니, 알체라, 애자일소다 등의 AI·빅데이터 기업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기술특례상장은 아직 영업 실적이 미미하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 제도다. 성장성 추천 도입, 소부장 특례 도입 등으로 문호가 넓어지면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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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올해 약 30개사가 기술특례로 상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두 성공할 경우 연말까지 기술특례상장 기업 수는 누적 117곳을 기록할 전망이다. 업종도 다양하다. 현재는 신약개발, 체외진단, 의료기기 등 바이오 기업이 76곳으로 비중이 높지만 AI, IT 솔루션, 로봇 등 영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대표 사례는 7월 23일 상장한 AI·빅데이터 기업 솔트룩스가 있다. 솔트룩스는 기술평가 ‘AA’와 ‘A’ 등급을 받으며 국내 AI 소프트웨어 기업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 회사는 연구개발(R&D)과 AI 인력 충원에 적극 투자해 왔다. 2021년부터는 본격적인 이익을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기윤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솔트룩스는 국내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장 성장의 최대 수혜주다"라며 "클라우드는 영업이익률이 40%가 넘는데 2022년까지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AI·빅데이터 관련 기업도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우선 AI·빅데이터 기술 플랫폼을 보유한 바이브컴퍼니는 10월 28일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뒀다. 최근 수요예측 경쟁률 1221.45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카카오를 2대주주로 둔 데다 기술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회사는 4월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에서 전문 평가기관 이크레더블로부터 ‘AA’ 등급을 받았다. IPO를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스마트 시티 산업 등 신사업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얼굴 인식 AI 개발사 알체라도 기대감을 키운다. 알체라는 상장 주관사 신영증권의 추천을 받아 성장성 특례상장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11월 말 코스닥 입성이 목표다. 2016년 설립된 알체라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 기술을 제공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향후 보안,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애자일소다도 연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7월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예비심사 기술성 평가에서 AA와 A 등급을 획득했다. 9월에는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IPO를 계기로 AI 인력을 충원하고 해외 진출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애자일소다는 소프트웨어 ‘베이킹소다’ 출시 등에 힘입어 내년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AI 시장이 활기를 보이면서 관련 기업 성장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국내 AI 시장이 향후 5년 간 연평균 17.8%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3년에는 6400억원 이상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 본격화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IPO 투자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개별 기업의 명확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장에서 주목 받은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이 최근 주가 하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이나 성장성 등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며 "IPO를 단기 이벤트로 생각하기보단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 정보 등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