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스마트폰을 분실하는 이들의 수가 상당하다. 이들 중 절반이 스마트폰을 찾지 못했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관련 기관까지 나서 주인 잃은 스마트폰 찾기에 나선 상황이지만 대응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T에서 제공하는 분실 단말 관련 서비스 / KT 홈페이지
KT에서 제공하는 분실 단말 관련 서비스 / KT 홈페이지
스마트폰 분실 관련 문제 심각하지만 분실시 되찾는 확률은 ‘절반’

19일 이동통신 및 모바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 분실에 따른 문제가 잇따른다. 분실된 스마트폰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관련 범죄에 악용되는 식이다.

보안 업계 한 관계자는 "분실 스마트폰으로 복제폰을 만든다든지 해당 기기에 다른 전자 기기를 물려서 데이터를 빼낸다든지 등 여러 수법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스마트폰에 잠금을 설정해 놨더라도 해제하는 방법이 돌아 무용지물인 경우까지 발생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 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분실 기기를 상대로 한 금융 사고도 발생한다. 최근 분실 스마트폰을 획득한 이가 해당 기기에서 토스(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이용, 기기 분실자의 은행 계좌에서 150만원의 돈을 빼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마트폰 분실에 따른 문제가 심각하지만 분실 시 기기를 되찾을 확률은 높지 않았다. 과거보다는 되찾는 비율이 올랐지만 여전히 분실 고객의 절반은 스마트폰을 되찾을 수 없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19년 SK텔레콤 고객의 스마트폰 분실 상담 건수가 40만건이었다"며 "그 중 절반은 되찾았고 나머지 절반은 못 찾은 경우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스마트폰 분실 신고 고객 중 스마트폰을 찾은 고객의 비율이 2년 전에는 30% 정도였다"며 "올해는 50~60%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전원 꺼놓으면 여러 대책도 무용지물

이통사와 스마트폰 제조사 등은 기기 분실에 따른 문제를 개선하고자 여러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SK텔레콤은 기기 분실 고객에게 맞춤 상담과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T분실케어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분실한 고객이 T분실케어센터에 신고하면 센터에서 분실 기기 찾기 안내나 임대폰 비대면 대여, 기기변경 등의 단계별 상담을 전문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고객센터를 통해 분실물 신고를 받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기기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위치 추적 서비스도 제공한다. 임대폰을 대여해 주거나 단말기 보험을 든 고객의 경우 분실 보상비를 지급하는 서비스도 함께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의 스마트폰 제조사도 각각 분실 단말의 위치 추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추가로 분실 스마트폰 안에 있는 연락처와 사진 등을 백업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원할 경우 데이터 삭제도 가능하다. 만약 분실 단말에서 구글 계정을 연동했다면 구글의 휴대전화 찾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대응책에도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이용자는 스마트폰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분실 기기를 습득한 이가 고의로 스마트폰 전원을 꺼놓으면 위에서 제시된 서비스 다수를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불법 유통의 목적으로 분실 기기가 해외로 반출될 경우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해진다.

업계 관계자들이 "분실 기기 전원을 꺼서 해외로 반출할 경우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거나 "분실된 스마트폰이 암흑의 경로를 통해 해외로 수출이 많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중국으로 밀반출되려던 분실 스마트폰 / 유튜브
중국으로 밀반출되려던 분실 스마트폰 / 유튜브
중국으로 향하는 밀반출 기기 막을 방법 요원

관련 기관이나 정부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분실 단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최근 해외 무단 반출과 부정 사용에 따른 문제를 막고자 국제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규격에 맞춘 휴대폰 고유식별번호(IMEI)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별 IMEI 블랙리스트를 공유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은 북미와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만 유효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분실·도난 스마트폰 중 불법 유통을 통해 해외로 반출되는 기기 다수는 중국으로 향하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KAIT 관계자는 "협약 맺은 국가 사이에서 블랙리스트를 공유해 불법 기기 유통을 막는 구조다"며 "중국은 (협약에) 포함돼 있지 않아 불법 유통을 차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등 단말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해당 업무를 주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련 지표조차 마련해놓지 않은 상태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도별 스마트폰 분실 통계를 요구하는 IT조선에 "분실 단말 관련 통계는 없다"며 "해당 업무를 보는 협회(KAIT)에 요구하라"고 답했다.

KAIT는 민감 정보라는 이유로 통계 공개를 거부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