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내역·문자알림 설정 모두 '청소년' 본인만 가능
부모·본인 모두 문자 알림 가능한 시중 은행과 대조적
청소년 금융 부정 행위 발생 여지 있어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청소년 전용 선불충전카드 '카뱅 미니'가 은행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청소년들이 본인 명의 휴대폰으로 인증만 거치면 부모 동의 없이도 간편하게 개설·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자 알림(SMS)을 부모가 받을 수 없고, 사용 시간·내역 등도 본인만 볼 수 있어 청소년 부정행위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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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도 독립 금융 생활 필요"

21일 은행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19일 선보인 '카카오뱅크 미니(이하 카뱅 미니)'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카뱅 미니는 청소년 전용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만 14세부터 18세 이하 청소년을 겨냥한 상품이다.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연동하지 않고도 휴대폰 본인인증, 약관 동의, 비밀번호 생성 과정만 거치면 이용할 수 있다. 입금·이체뿐 아니라 카카오톡 친구끼리 간편 이체도 가능하다. 카카오뱅크 앱에서 휴대폰 본인 인증을 거쳐 비밀번호를 설정해 사용한다.

카뱅 미니에 보관할 수 있는 금액 한도는 50만원이다. 1일 이용한도 30만원, 1개월 이용 한도는 200만원이다. 예금자 보호는 되지 않는다.

주목할 점은 카뱅 미니는 현재 주민등록증이 없는 만 17세 미만 청소년도 비대면으로 원스톱 개설·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만 17세 미만 청소년이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여권이나 학생증을 지참하고 영업점에서 소정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비대면으로 발급 가능한 연령도 만 17세 이상 신분증 발급자에 국한됐다. 청소년이 자유로운 금융거래를 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송형근 카카오뱅크 수신팀장은 "10대 청소년도 카카오뱅크에 가입하고 싶다는 요청을 꾸준히 있었다"며 "청소년은 모바일에 가장 익숙한 세대지만 아직까지 편리하게 사용하는 비대면 금융수단이 마땅히 없는 실정이었다. 미니를 통해 10대들도 스스로, 편리하게 금융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자 알림(SMS) 부모 제외…"부모는 몰라도 되나" 지적

시중 은행들은 이 점을 문제로 삼는다. 또 카카오뱅크가 '카뱅 미니'의 순기능만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한다. 청소년의 독립적인 금융 생활을 위한다고 하지만 기존 체크카드와 다를 게 없는 데다가 오히려 부모 동의하에 용돈을 관리하도록 만들어진 상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다.

카뱅 미니는 카드 사용 시 내역을 알려주는 문자 알림(SMS) 기능에 부모 전화번호를 입력할 수 없도록 했다. 시중 은행은 카드 사용 알림을 본인 휴대폰과 부모 휴대폰에 모두 알리도록 했다. 부정 거래나 청소년 일탈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카뱅 미니는 사용하기 편리하게끔 만든 선불 충전카드로 참신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부모와 함께 용돈 관리를 하느냐 독립적으로 하느냐의 차이인데, 결국 부모 동의 없이 금융 거래를 하도록 허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 간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에 악용될 우려는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 측은 이같은 안전성 우려에 여러 대책을 강구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대상 서비스이다보니 편리함 뿐 아니라 안전성에 방점을 뒀다는 것이다. 일례로 청소년이 직접 모바일로 개설하고 휴대폰 본인인증 반드시 거쳐야 한다. 1인 1단말이 원칙이다. 또 부정 거래 발생 시 모바일로 바로 신고, 상담이 가능토록 했다. 청소년 유해 업종에서는 결제가 되지 않는다.

오보현 카카오뱅크 서비스기획팀장 겸 미니TF장은 "10대들 간 부정적 행위는 현금거래 시 발생해왔다"며 "원치않는 거래가 있어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니를 이용하면 거래내역이 남고, 실명이 나오기 때문에 문제 발생 여지가 줄어든다"며 "책임감 있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 학습되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