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단골 손님으로 전락한 출연연 내 갑질·연구비 부정…올해는?

류은주 기자
입력 2020.10.20 18:41 수정 2020.10.20 18:51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갑질 논란과 연구비 부정사용 등의 비위행위 등을 지적받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직할기관이 2020년에도 비슷한 논란로 질타를 받았다. 직원 폭행 논란에 휩싸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논란에 선 카이스트, 연구비를 부정 사용한 한국연구재단 등이 도마위에 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 국정감사 중인 모습/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0일 정부출연연구소 등 53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항우연 원장, 직원 폭행 논란에 ‘사과' 영부인 친분 의혹은 ‘부인'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폭언·폭행 논란으로 의원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박대출(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한 술집에서 연구원들과 술을 마시다 폭언을 하며 안주를 집어 던지고 가슴을 친 데 이어, 연말에 가진 술자리에서도 연구원과 싸우다 팔을 깨무는 등 수차례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은 사과하고 끝난 일이라 했지만, 해당 연구원은 사과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며 "항우연 감사는 원장의 이런 폭행과 폭언에 대해 전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 원장은 이에 대해 "부덕의 소치로 죄송하다"면서도 "원인을 생략하고 결과만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임 원장의 부인이 영부인이 고교 동문으로 친분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임 원장은 "아내의 출신 고등학교는 항우연 업무와는 관련성이 없어 말할 이유가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박대출 의원(왼쪽) 질의에 임철호 항우연 원장이 답하는 모습 /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하지만 이후 나온 임 원장의 "부인의 출신 고등학교를 모른다"는 답변은 위증 논란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에 이원욱 위원장은 "통상적으로 부인의 고등학교를 모른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발언을 정정할 기회를 줬다. 임 원장은 "(고등학교를) 알고 있다"고 답변을 바꿔 위증 논란을 피해갔다.

야당 간사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이 위원장에게 "사모님의 고등학교가 어디냐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인데 끝까지 대답도 안하고 답변도 저 모양이다"며 "우릴 무시하는 것인데, 더 강력하게 경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임 원장에게 "피감기관 증인으로서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달라"고 했고, 임 원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황보승희 의원(국민의힘)은 "권력 핵심과 가까운 인사에 대해 과기정통부가 봐주기 감사를 한 게 아니냐"며 감사결과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카이스트 교수 기술 유출에 제도개선 촉구

카이스트(KAIST) 교수가 중국으로 기술을 유출하려 하는 등 연구자 연구윤리 위반 관련 지적도 이어졌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카이스트 총장에게 질의하며 "감사실에서 미리 제재 조치를 했었어도 이렇게 일이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며 "감사실 기능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은 "불미스러운 일로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다"며 "(교수가) 해외 파견 중이다 보니 서면 조사를 했는데, 이 과정에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연구자들이 보고를 안 하면 파악이 힘들어 윤리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또 기술 패권주의 시대 속 애국심에만 호소하는 시대는 지나갔으니, 연구자에게 스카우트 제안이 왔을 때 우리가 역제안할 수 있는 재원과 재량권을 기관에 주면 인재 및 기술유출을 막을 수 있으니 의원님들께서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김정호 교수도 "국가 간 기술경쟁 심화로 시스템을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교수의 해외연구, 지적재산권 보호, 감사문제가 분산해 있는데 콘트롤타워를 갖는 등 제도를 재정비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답했다.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기술유출 사건을 연구 윤리 위반으로 몰아가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며 "기술 유출 징후를 선제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방첩 기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자율성에 따르는 책임 부과…제도개선 나선 정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부정사용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은 "한국연구재단의 5년간 연구비 부정사용 및 횡령건수가 85건에 달한다"며 "부정사용 시 전액 환수 등의 제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원욱 과방위원장, 원광연 NST 이사장, 정병선 과기정통부 1차관 /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연구비 관리를 교수나 학생들이 하지 않도록 하고, 학교가 산학협력단을 통해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게 선결과제인 것 같다"며 "제도개선에 힘쓰겠다"고 답했다.

이날 과방위원들의 연구의 자율성에 따르는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기원 총장들은 연구의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청렴도 평가결과를 보면 자격 미달이라고 꼬집었다.

이원욱 과방위원장도 주질의를 마무리하며 "연구자의 자율성은 대폭 확대하되 불법을 저지르는 등 연구윤리에 반하는 행위를 했을 땐 연구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하는 등 강력한 징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선량한 연구원이 더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이사장은 "자율성과 책임성 역시 비례해 최대화해야 한다 생각한다"며 "징벌적 처벌을 제도화해서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성철 총장도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책임없는 자율성은 있을 수 없으므로, 범위를 넘어섰을 때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정병선 과기부 1차관은 이 위원장이 '징벌적 처벌 제도를 만드는 것을 검토하겠냐'고 묻자 "제도 개선안을 만들고 있는데 반영하고, 법률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연구기관장 연임제도 공정성 및 합리성 확보방안 ▲ETRI 연구논문 표절 제재 필요성 ▲방사광 가속기 사업비 증액 ▲연구인력 부족 및 우수인력 해외유출 문제 중장기적 대책 ▲한국나노기술원 감사 윤리 문제 ▲연구인력 블라인드 채용 문제 개선 ▲과학영재학교 입시비리 예방 대책 마련 등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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