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전환을 추진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놓고 LG디스플레이와 같은 선택지를 꺼내든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LCD의 생명 연장을 이어가는데, 삼성디스플레이도 생산 연장을 고심 중이다.

양사가 LCD 분야 사업을 연장하는 표면상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LCD 수요가 증가했고 패널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LG디스플레이가 재무 상황을 우선 고려해 LCD 생산을 중장기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고객사 요구에 따른 단기 생산 연장 수준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삼성디스플레이
21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말까지 계획한 LCD 생산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부 논의는 진행 중이지만 확정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완전한 ‘탈LCD’를 선언했다. 지분 60%를 보유한 중국 쑤저우 8.5세대 LCD 패널 생산 공장은 8월 말 중국 CSOT에 1조3000억원에 매각을 완료했다. 최근 QD 디스플레이 양산을 위한 장비 반입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고, 2021년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LCD 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9월 기준 55인치 TV용 LCD 가격은 140달러로 1월(102달러) 이후 8개월 만에 37.3%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4분기 LCD 패널 가격이 3분기 대비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TV에 LCD 패널을 쓰는 삼성전자는 수익성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삼성전자는 공급사 중 한곳인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시장에서 완전 철수하면 중화권 업체들이 공급하는 패널에만 의지해야 한다. 50%가 넘는 점유율로 가격 결정권을 손에 쥔 중국 업체들이 패널 가격을 떨어뜨릴 이유는 없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TV 수요가 내년에도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LCD 가격 흐름에 삼성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생산 연장 검토에는 고객사 중 하나인 삼성전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QD 디스플레이 양산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한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있는 LCD 라인에서 QD 디스플레이로 전환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삼성전자에 LCD 패널을 최대한 늦게까지 공급한다면 향후 이 회사의 QD 디스플레이 도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생산을 연장할 수 있는 기간은 3개월 남짓으로 예상된다. 최대 1년 LCD 생산을 연장할 수 있는 LG디스플레이와 다르다. LCD 설비 대부분을 매물로 내놓아 인수자가 나타나면 곧바로 처분 절차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에서 이미 수익을 내고 있어 LCD 완전 철수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다"며 "LCD 생산 연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QD 디스플레이로 전환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