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분쟁 합의 없는 LG·SK, 어쨌든 26일 한 곳은 '을'

이광영 기자
입력 2020.10.23 06:00
LG화학(이하 LG)이 SK이노베이션(이하 SK)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일이 3일(10월 26일) 앞으로 다가왔다. 1년 6개월간 이어진 양사의 치열한 공방은 ITC 판결 후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둘 중 한 곳은 ‘을(乙)’의 입장에서 합의에 나서야 한다.

2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와 SK는 합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26일 ITC 최종판결을 지켜볼 예정이다. SK 측은 21일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소송을)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며 "통로를 열어두고 대화를 지속하려한다"고 밝혔다. 양사가 극적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최종판결 일정이 임박한 만큼 사실상 합의는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각사
양사 모두 ITC 판결이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를 보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판결 직전까지 합의가 가능하지만, ITC의 판결이 나온 후 맞춤 대응을 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극적인 합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ITC가 LG 손 들어줄 경우 미국 내 SK 입지 크게 좁아져

ITC는 2월 SK에 대해 LG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판결 전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4월 SK가 요청한 예비 결정 재검토 요청을 받아들이며 상황 변화가 있었다. ITC는 2010년 이후 재검토를 거쳐 예비결정 결과를 뒤집은 경우는 없는 만큼, LG 측은 전례에 따라 ITC가 별도 절차 없이 패소 결정과 함께 SK 배터리 제품의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할 것을 확신한다.

조기패소 판결이 확정되면 SK는 공탁금을 내고 미 행정부에 리뷰(검토)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공탁금을 내면 ITC의 수입금지 명령 효력을 60일간 일시 중지할 수 있다.

LG와 협상 테이블에서는 완전히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60일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미 전역에서 배터리 제품 생산과 유통, 판매가 금지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한 건도 없다. SK가 결과에 불복하고 연방법원에 항소하더라도 수입금지 명령은 유효해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야 한다.

SK 승소시 완전 새로운 국면으로

하지만 SK가 승소할 경우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LG가 고민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ITC가 2월 SK에 내린 조기 패소 판결을 뒤집고 ‘수정(Remand)’을 지시할 경우다. ITC가 사건을 처음부터 들여다봐야 해 소송 자체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수정 지시 후 ITC의 최종결정까지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SK 미 조지아 공장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 SK는 소송이 장기화 해도 지금보다 더 부담없이 LG와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수정 지시가 나올 경우 소송 명분을 잃은 LG가 사실상 패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소송이 장기화 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LG가 지금보다 불리한 입장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ITC, 미국 경제에 미칠 여파와 공익성 놓고 판단할 수도

SK의 조기패소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되, 미국 경제에 대한 피해 여부를 따지기 위해 공익성을 추가로 평가하겠다는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 이 역시 LG가 바라지 않는 결과다.

SK는 미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이해관계자인 주 정부와 시, 고객사, 협력사 등은 5월 ITC에 SK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ITC가 공청회를 열고 SK가 미국 내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많으면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

SK는 ITC가 예비판결은 인정하지만 수입금지 등 별도 행정명령은 내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SK의 증거인멸을 인정하면서도 삭제된 문서의 영업비밀 침해 연관성에 대한 판단을 연방법원으로 넘기는 경우다. 흔한 상황은 아니지만 ITC가 증거인멸과 영업비밀 탈취의 연관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시나리오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TC 최종판결 이후 양사간 유불리가 극명하게 나타나면 의외로 빨리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k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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