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통해 학습한다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게임 안에는 문학·과학·사회·상식 등 다양한 분야 숨은 지식이 있다. 게임을 잘 뜯어보면 공부할 만한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오시영의 겜쓸신잡(게임에서 알게된 데없지만 알아두면 기한 느낌이 드는 동사니 지식)은 게임 속 알아두면 쓸데없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한 잡지식을 소개하고,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코너다. [편집자 주]

"이것도 너프(Nerf)해 보시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는 팀슈팅게임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한국인 게이머·군인 캐릭터 디바(D.va)가 외치는 대사다.

오버워치의 캐릭터 디바가 궁극기를 사용하는 모습 / 구글 이미지
오버워치의 캐릭터 디바가 궁극기를 사용하는 모습 / 구글 이미지
너프는 게이머들이 ‘게임 밸런스 하향 조정 패치’를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개발자가 게임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해 캐릭터나 아이템, 스킬의 능력치를 떨어뜨렸을 때 ‘너프했다’고 한다.

게임 장르를 불문하고 흔히 쓰이는 이 단어는 사실 사전에 등록된 단어가 아니다. 게이머 집단의 은어인 셈이다.

너프의 유래는 MMORPG라는 개념을 정립시킨 1997년 출시작 ‘울티마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다.

울티마 온라인에 등장한 근접 공격용 검 아이템의 능력치를 제작진이 하향 조정하자, 이용자 사이에서는 스폰지로 만든 무기 모형 장난감 브랜드 ‘너프’의 검으로 싸움을 하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왔다. 이것이 굳어져 지금처럼 쓰인다.

실제로 이 사건 후 너프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2001년 11월 10일 ‘아나키 온라인’이라는 게임 커뮤니티에 쓰인 글을 보면 "MP라는 게임 오브젝트가 너무 강력하므로(Overpowered), ‘너프’해야 한다"는 의견을 볼 수 있다. 2002년 뉴욕타임즈 기사, 영국의 교수이자 게임학자 리차드 바틀이 2003년 저술한 ‘Disigning Virtual Worlds’라는 책에서도 이 단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너프의 반대말, 즉 밸런스 상향 조정을 의미하는 단어로는 주로 버프(Buff)를 쓴다. 버프는
게임에서 부여하는 이로운 효과를 줄 때 사용하는 용어로, 원래는 ‘무엇인가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1999년 게임 에버퀘스트 이용자들은 팀원을 도와주는 스킬을 사용하는 모습에서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고, 이후에 이것이 ‘일시적인 강화 효과를 주는 스킬’을 통칭하는 단어로 굳어졌다.

버프는 너프와 어감이 비슷한 덕에 밸런스 상향 조정을 의미하는 말로도 쓰이게 되었다.

너프의 마체테 모양 장난감 / 구글 이미지
너프의 마체테 모양 장난감 / 구글 이미지
한편, 너프라는 단어의 시조인 장난감 브랜드 ‘너프’는 1969년에 처음 등장했다. ‘모노폴리’ 등 보드게임이나 장난감 등을 생산하는 ‘파커 브라더스’라는 기업이 너프 볼을 최초로 선보였다. 말랑말랑한 재질로 만들어서 마구 던져도 집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장점 덕에 인기를 끌었다.

너프 블래스터(스펀지 총알 발사하는 장난감)도 1980년대 말 등장했다. 이후 파커 브라더스는 케너 프로덕트에 인수됐고, 이 직후에 케너 프로덕트가 장난감 기업 해즈브로에 인수되면서 너프도 자연스럽게 해즈브로의 브랜드가 됐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