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둘러싼 정부와 SK텔레콤 간 협상이 난항을 겪는다. 2019년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한 5세대(5G) 통신방식 관련 도매인가가 문제인 것 아니냐는 예상도 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4세대(LTE) 통신이 발목을 잡았다. 도매대가 인하를 둘러싼 알뜰폰 업계와 SK텔레콤 간 이견 차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망을 빌려쓰는 알뜰폰 업체는 이통사에 망이용대가를 지불하며, 대가 수준은 과기정통부와 SK텔레콤이 협상해 정해진다. 알뜰폰 업체는 영세한 경우가 많아 정부가 대신 협상을 지휘한다. KT와 LG유플러스는 도매대가 확정 후 거의 이를 따른다.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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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동통신 업계와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SK텔레콤과 정부는 5세대(5G) 도매대가율을 기존 매출 대비 75%에서 65% 수준으로 줄이는 데 이견 없어 합의했다.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도매제공을 의무화하도록 고시를 개정하는 것도 확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5G 도매제공 의무화 및 도매대가 인하를 추진 중인데, 정책적 성과를 낸 셈이다.

하지만 기존 도매로 제공하던 LTE 관련 대가 책정에 난항을 겪는데. 정부는 당초 알뜰폰 활성화 정책인 ‘알뜰폰 스퀘어' 오픈 전인 10월 중으로 ‘알뜰폰 도매대가’를 최종 확정하려 했지만, 4G 도매대가율을 둘러싼 SK텔레콤과 알뜰폰 업계 간 이견이 맞서 11월 내 협상도 불투명하다.

업계 등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월 데이터 11GB를 제공하는 요금제의 도매대가율을 50% 이하로 낮추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는 월 데이터 1.2GB 제공하는 요금제의 도매대가율을 4년째 40%로 유지 중인 만큼 11GB 요금제 관련 대가 인하를 요구한다.

알뜰폰의 무기는 저렴한 가격이다. 선택약정 25% 요금할인 상품을 판매중인 이통3사(MNO)와 경쟁을 하려면 통신료 인하를 돕는 도매대가 산정이 필요하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도매대가 인하를 거부하다 보니 협상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알뜰폰을 활성화하려면 경쟁력있는 LTE 요금제가 있어야 하므로, SK텔레콤이 47.5%까지 양보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5G 투자 촉구와 요금인하 압박을 받는 SK텔레콤은 알뜰폰 업계의 요구를 마냥 들어주기 곤란한 상황이다. 자금 출혈이 상당 부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며 답을 피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음성, 데이터 종량형 도매대가율은 정부가 정할 수 있지만, 수익배분방식 도매대가율(RS)은 사업자들끼리 정해야 하는 부분이라 강제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안 해도 될 것을 강요하니 억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은 ‘이 정도면 되지 않나'하는 입장이고, 알뜰폰 사업자들은 ‘더 내려가야'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어 중재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다만, 협상이 조금 늦어져도 도매대가 인하율을 최종 결정하면, 올 초 기준으로 소급 적용하기 때문에 영세 사업자들이 피해를 보는 부분은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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