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풀스 리마스터'는 2017년경 연재된 ‘풀스(FOOLS)’를 컬러풀하게 새단장한 작품이다. 풀스는 BL장르 만화 ‘러브 오브 헤이트'를 그린 영하·박담 작가의 숨겨진 명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풀스 리마스터. / 레진엔터테인먼트
풀스 리마스터. / 레진엔터테인먼트
‘보이즈 러브(BL)’장르는 보통 미소년과 미소년의 사랑을 그린다. 웹툰·출판업계에 따르면 BL장르 만화 주요 소비층은 1020세대 여성이다. 웹툰·전자책 플랫폼에서 BL 등 여성향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끌어모으는 이유는 여성 마니아들의 아낌없는 콘텐츠 소비 덕분이다.

웹툰 업계 한 관계자는 "웹툰 등 콘텐츠에 대한 지출 빈도와 비용을 볼 때 여성이 남성보다 더 활발한 소비를 보인다"라고 밝혔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BL 콘텐츠 시장규모는 2015년 기준으로 220억엔(2216억원)에 달한다. 일본에서 BL 웹툰 전문 플랫폼 ‘치루치루'를 운영하는 산디아스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BL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8년을 기준으로 볼때 220억엔(2216억원)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BL웹툰 ‘풀스 리마스터'는 남과 엮이지 않으며 무난한 대학 생활을 해 오던 대학교 4학년 권은기가 어느 날 우연히 후배 최정우의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풀스 리마스터 주인공 ‘권은기'. / 레진엔터테인먼트
풀스 리마스터 주인공 ‘권은기'. / 레진엔터테인먼트
스무 살의 여름, 은기는 소개팅에 나가보라는 짝사랑하는 누나의 말에 고백하지도 못했는데 차인 기분을 느끼며 아르바이트하는 카페로 향한다. 은기는 아르바이트 마지막이었던 그날, 한창 수업을 듣고 있을 시간에 카페에 홀로 앉아있는 교복 입은 소년이 왠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퇴근 후 은기는 아까 본 소년과 마주치고, 그가 충전을 맡기고 깜박한 휴대전화를 챙겨주자 소년은 울음을 터뜨린다.

은기가 소년에게 울고 있는 이유를 묻자 고백했는데 차였다며 사랑에 배신당했다고 말한다. 은기는 나중에는 더 사랑해서 더 슬펐을 거라고, 지금 차인 게 낫다고 위로한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있던 사탕 하나를 건넨 뒤 헤어지는데. 금방 잊혀버린 스무 살의 기억이었다.

4년 뒤 은기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자신이 위로해 준 소년이자 같은 학교 신입생이 된 정우와 재회하게 된다. 하지만 은기도 정우도 서로를 기억하지 못한다. 서로를 같은 과 후배, 멋진 선배 정도로 얼굴도장을 찍었을 뿐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아침을 먹으러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한 은기는 정우와 마주친다. 후배들과 어울리는 게 어색한 은기는 살갑게 말을 걸어오는 정우가 어색하기만 하다. 은기와 친해지고 싶어 열심히 말을 걸던 정우는 계속해서 돌아오는 단답에 결국 풀이 죽어 먼저 자리를 떠난다.

그날 이후 정우에게 왠지 미안해진 은기는 은근히 그를 눈여겨보게 된다. 정우가 술자리에서 계속해서 벌주를 마시자 흑기사를 해주기도 한다. 어느새 술자리가 무르익고, 취한 친구들을 두고 밖에 나온 은기. 의도치 않게 정우가 좋아하는 형에게 거절당하고 다투는 통화를 듣게 된다.

한편 정우는 술자리에서 빠져나와 좋아하는 형을 만난다. 16살의 순진했던 소년은 스무 살이 되면 다시 이야기하자는 형의 말에 그가 다니는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형은 여전히 다정하기만 할 뿐, 그 이상의 거리는 내어주지 않았다. 정우는 비로소 오랜 짝사랑을 끝내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닫는다.

풀스 리마스터 등장인물 ‘최정우'. / 레진엔터테인먼트
풀스 리마스터 등장인물 ‘최정우'. / 레진엔터테인먼트
얼마 뒤 다시 마주친 은기와 정우 두 사람. 이번에는 은기가 먼저 아는 척을 하고 정우가 밥을 사기로 한다. 어색하지만 두 사람은 조금씩 대화를 이어간다. 정우는 차갑고 딱딱하기만 하다 생각한 은기의 또 다른 모습이 새삼스럽다.

한편 은기는 내색하지는 않지만 정우의 슬픈 모습이 자꾸 신경 쓰여, 그에게 자신이 활동하는 동아리 가입을 권유하게 된다.

About 영하&박담 작가

영하·박담 작가는 웹툰 플랫폼 레진의 대표 BL웹툰 중 하나인 ‘러브 오어 헤이트’로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팬덤을 갖추고 있는 인기 창작가다. 영하·박담 작가는 ‘풀스 리마스터’를 통해 다채로운 색감의 작화와 함께 단순히 로맨스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성소수자 커플들이 겪는 여러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