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배 칼럼] 나라를 사랑한 그리고 사랑하게 만든 이건희 회장

김준배 기자
입력 2020.10.26 06:00
25일 우리 경제의 큰 별이 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했다. 삼성을 글로벌 기업에 올려놓은 탁월한 경영인이다.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삼성의 눈부신 성과는 그의 과감하고 민첩한 결단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의 업적을 산업적으로만 평가해선 안된다. 한국인에게 자부심 그리고 애국심을 북돋은게 이 회장이다.

1980~1990년대 우리는 해외에서 경제대국 일본과의 비교에 버거웠다. 공항은 물론 호텔, 가전매장을 도배한 일본 브랜드는 우리를 기죽게 했다. 외국인 반응은 어떤가? ‘코리아’하면 "어디에 위치한 나라냐?"는 질문이 뒤따라왔다. ‘한국산(Made in Korea)’은 ‘짝퉁(Copy)’ 제품을 먼저 떠올렸다.

이미지를 바꿔놓은 게 삼성이다. 이 회장이 1990년 초반 미국 LA 가전 매장 한켠에서 먼지가 켜켜이 쌓인 삼성 제품을 보고 호통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호텔로 돌아가 제품을 뜯어 당시 선진기업 제품과 비교하며 경쟁을 부추겼다. 만약 당시 이 회장이 혀만 차고 나왔다면 지금 어땠을까.

수많은 국제공항 그리고 대도시 랜드마크 자리에 삼성 로고를 채운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수출 역군, 동포에게는 확실한 감흥을 줬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던졌고,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2007년 1월2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의 이 회장 발언도 잊을 수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이 회장은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샌드위치 신세"라며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고생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좀체 언론에 말을 아끼던 그가 기자들에게 던진 작심 발언이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메시지를 남기기에 충분한 톤으로 기억한다.

당시 우리는 한참 기대에 들떠 있었다. 일본을 ‘곧 따라 잡을 수 있다’는 기대였다. 그리고 ‘중국이 우리를 추격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며 자만했다.

그의 발언은 큰 경종이었다. 일본의 핵심 경쟁력 그리고 중국의 추격을 다시 보게 됐다. 단순히 삼성만이 아닌 우리 산업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충정의 발언이었다.

이 회장이 병환으로 쓰러진 2014년5월 이후 6년여간 국제 산업 관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일부는 우리를 앞질렀다. 이미 제꼈다고 느꼈지만 부품소재장비에서 일본의 저력을 확인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25일 이 회장에 대해 ‘결단력과 리더십을 발휘한 승부사'이자 ‘더 나은 미래국가 건설을 위해 애쓰며 누구보다 나라를 사랑했던 애국경영인'이라고 평가했다. 정확한 표현이며 우리 후배 기업가들이 본받아야 할 이 회장의 모습이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과거와 비교해 결코 녹록지 않다. 미국은 보호주의로 돌아섰다. IT공룡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로 세계를 하나씩 장악해 나가고 있다. 중국은 어떠한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우리에게는 참으로 버거운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 위정자들은 무얼 하고 있는가. 기업가들이 과감한 혁신과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고 싶다.

기업이 한 국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건희 회장은 충분히 보여줬다. 이 회장과 같은 경영자가 계속 나와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혁신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것은 위정자들의 몫이다.

이 회장이 꿈꿔온 더 나은 미래국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준배 취재본부장 j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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