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가 운명의 주간을 맞이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이 27일 이른 오전 나오고, LG화학 배터리 사업 분할 안건은 30일 통과를 앞뒀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실적은 각각 27일과 30일 발표된다.

ITC는 26일(현지시각) LG화학이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소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낸다. 한국시각으로는 27일 오전이다.

LG화학(위)과 SK이노베이션 로고 / 각 사
LG화학(위)과 SK이노베이션 로고 / 각 사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직원을 대규모로 빼가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ITC는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재판부의 포렌식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LG화학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다. 하지만 ITC는 4월 SK이노베이션 측의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 기존 조기패소 판결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진행했다.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를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제품의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해 정상적인 사업이 어려워진다. LG화학은 2010년 이후 ITC가 재검토를 거쳐 예비결정 결과를 뒤집은 적이 없는 만큼, 별도 절차 없이 패소 결정이 나올 것을 확신한다.

반대로 ITC가 조기 패소 판결을 뒤집고 ‘수정(Remand)’을 지시하거나, 공익성을 감안해 별도 행정명령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소송이 장기화 할 가능성이 커져 LG가 지금보다 불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펼쳐야 한다.

1년 6개월간 이어진 양사의 치열한 공방은 ITC 판결 후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양사 모두 합의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소송의 유불리가 극명하게 나타날 경우 합의가 의외로 빠르게 이뤄질 수도 있다.

LG전자 여의도 사옥 전경/ 조선일보DB
LG전자 여의도 사옥 전경/ 조선일보DB
30일에는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을 확정짓는 주주총회가 열린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표심을 아직 알 수 없고, 전자투표제 도입으로 의결권 행사율 변수가 생겨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나온다.

LG화학은 임시주총에서 신설법인 분사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신설법인은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라는 이름으로 12월 1일 공식출범한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을 2024년까지 매출 30조원 규모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신설법인은 추후 배터리 설비 투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기업공개 (IPO)에도 나선다.

LG화학의 소액주주는 배터리 사업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면 신설 법인 주식을 보유할 수 없고,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며 반발한다.

주총에서 회사 분할 안건을 승인하려면 출석주주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LG화학 지분율은 LG 30.06%, 국민연금 10.28%, 외국인 투자자 38.08%다. 나머지 20%쯤은 국내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가 보유했다.

LG화학 분할 투표는 출석 주주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반대 표를 던지게 된다면 불할 안건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일부 의결권 자문사가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도 부담이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할할 경우, 모회사인 LG화학 주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소액주주 가운데 실제 투표에 참가하는 수가 많지 않아 3분의 2 획득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관리자(CFO)는 "분사를 통해 전지사업 최적화된 별도 조직을 구성해 빠르고 유연한 의사 결정 및 효율적 조직 운영체계를 갖춰 구조적 경쟁력 강화하겠다"며 "많은 설비 투자가 필요한 전지사업을 LG화학 100% 자회사로 분할하면 보다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활용할 수 있어 투자 확대를 통한 초격차 전략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삼성SDI의 3분기 실적발표가 27일, SK이노베이션의 실적발표가 30일 예정돼 있다. LG화학이 3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도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3분기 실적전망치(컨센서스)는 연결 기준 매출 2조9411억원, 영업이익 2032억원이다. 2019년 3분기 대비 각각 14.5%, 22.4% 늘어난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295억원으로 배터리 부문 수익 개선에 2분기 연속 적자에서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이광영 기자 k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