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시장의 대형 매물인 딜라이브와 CMB가 인수합병이 되지 않은 마지막 유료방송 기업이 되지 않기 위한 물밑작업을 한창 벌인다.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 이후 인수합병(M&A) 숨고르기에 들어간 이통사들은 추가 M&A의 득실을 저울질하며 딜라이브와 CMB의 가치를 판단 중이다.

각 사 로고 /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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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유료방송 업계 등에 따르면 딜라이브 채권단(딜라이브 최대주주 KCI 주요 주주)은 11월 중 통신사들과 접촉할 예정이다. 딜라이브 채권단은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후 매각을 진행 중이다.

딜라이브 고위 관계자는 "2021년 사업계획이 막막하다"며 "독자생존을 해야하나 하는 고민도 내부적으로 있지만, 직원들을 위해선 매각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딜라이브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KT가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을 인수하며, 딜라이브는 더욱 초조해지는 상황이다. 1위 사업자 지위를 굳힌 KT로서는 추가 M&A를 할 가능성이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보다 낮기 때문이다.

딜라이브 채권단의 매각희망가가 9000억원~1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앞서 알짜 매물로 평가됐던 현대HCN의 1인 가입자당 가치인 35만7000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적 부담이 적은 CMB가 더 빨리 매각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MB는 156만명의 유료방송 가입자를 보유한 케이블TV 4위 업체다. 오너 기업이다보니 매각 의지도 강력하다. 8월 김앤장 법무법인을 매각 법률 자문사로 선정했고, 연내 매각 완료를 목표로 한다.

CMB 관계자는 "김앤장에서 협상까지 다 알아서 한 후에 오너와 경영진에게 결과를 보고해주기로 했는데, 아직 보고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11월쯤 중간보고를 할 예정인데, 그때 윤곽이 잡힐 듯하다"고 말했다.

이통3사는 이미 하나씩 케이블TV 업체를 인수한 상태기 때문에 추가 M&A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M&A를 할 때마다 정부부처 심사 과정에서 규제 리스크가 걸려 있을뿐더러,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한만큼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매각가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에 서두를 필요도 없다. 이통사 간 눈치싸움만 계속 이어간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M&A를 통한 가입자 확보가 과연 득이 될지, 그 돈으로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내부 의견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T가 추가 M&A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이통3사 간 예민한 문제다보니, 함부로 우리가 이 기업에 관심을 보인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