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없는 화웨이, 패널 제대로 수입할까?’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화웨이 패널 수출길이 열렸지만 정작 화웨이의 반도체 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의미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메모리 반도체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하면 이번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출 허가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디스플레이 패널 주문만 크게 늘릴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패널을 공급한 메이트40프로/ 화웨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패널을 공급한 메이트40프로/ 화웨이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으로부터 중국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할 수 있는 수출 허가(라이선스)를 받았다. 9월 15일 미 정부의 추가 제재 이후 국내 기업 중 공급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 삼성디스플레이가 처음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품목에 대해 미 정부가 일부 허가를 내주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화웨이는 BOE 등 중국 업체로부터 디스플레이 패널의 자체 조달이 가능하다. 인텔과 AMD도 PC나 서버 등에 공급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화웨이에 제품 공급 허가를 받은 바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상대적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리지드 OLED’를 BOE로부터 공급 받을 수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번 승인으로 수혜를 받으려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패널에 쓰이는 플렉서블 OLED 부문의 수출 허가를 획득해야 하는데, 수출 허가에 포함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도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화웨이에 대한 수출 허가를 기대한다. LG디스플레이는 9월 15일 화웨이 수출 관련 특별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대비 일주일쯤 늦었다.

양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화웨이 비중은 삼성디스플레이가 8%(2조5000억원), LG디스플레이가 1%(2350억원) 수준이다.

반면 반도체 공급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아직 수출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와 비슷한 시점에 화웨이 대상 수출 특별 허가를 요청했지만 미 상무부는 묵묵부답이다.

10일 중국 IT매체 기즈차이나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는 최근 화웨이에 반도체 칩을 공급할 수 있는 미 상무부의 허가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허가는 16나노(㎚) 이하 칩은 빠졌다. TSMC 반도체의 화웨이 공급을 사실상 차단한 것과 같은 효과로 풀이된다. 최신 스마트폰에는 대부분 7나노 이하 공정으로 만든 칩이 들어간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의미한 수출 허가를 받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한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애플 아이폰12 공급량 증대로 화웨이 공백 만회에 나선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연말 기준 아이폰12 판매량이 2019년 나온 아이폰11의 판매량과 비교해 1%쯤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애플에 연간 7000만대쯤의 패널을 납품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중가 및 플래그십 물량을 나눠 가질 경우 어느정도 상쇄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도 아이폰12를 기점으로 애플로 출하 물량을 늘리고 있다. 화웨이 물량을 빼더라도 최소 2000만대쯤의 P-OLED 패널을 애플에 판매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화웨이가 디스플레이 패널 만으로 완제품 생산을 할 수 없다"며 "반도체 공급 중단 장기화를 감안해 애플과 삼성전자 등으로 디스플레이 공급을 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kwang0e@chosunbiz.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