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가공 기업 에이모가 올해 매출(데이터가공액 기준) 목표로 140억원 이상을 제시했다. 사업 전환 2년만의 성과로 인공지능(AI)과 사람 간 상호 신뢰가 바탕인 플랫폼을 주요 매출 확대 비결로 꼽았다.

에이모는 쇼핑 아이템 추천 서비스 개발에서 시작했지만, 2017년 데이터 가공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데이터 가공은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를 준비하는 분야로, 흔히 ‘데이터 라벨링’으로 통한다.

 남기철 에이모 본부장. /IT조선
남기철 에이모 본부장. /IT조선
초기 데이터 가공 방법으로 AI가 AI 학습 데이터를 준비하는 방식도 고려했다. 하지만 AI는 완벽하지 않았다.

남기철 에이모 본부장은 27일 개막한 인공지능대전에 부대행사인 콘퍼런스에서 "AI가 데이터라벨링 과정을 100%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 2017년부터 성능이 발전했지만, 한계가 있다"며 "데이터 가공을 하는 입장에서는 100%를 원한다"라고 기술에 관한 아쉬움을 밝혔다.

에이모가 선택한 방법은 AI와 작업자(사람) 간 상호 신뢰의 플랫폼이었다. 남기철 본부장은 "AI와 사람이 효율적인 협업으로 라벨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에이모는 이 협업을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라고 부른다"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작업(루프)에 사람(휴먼)이 필수적으로 참여해 작업이 완성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단순히 사람이 AI를 활용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 작업자들은 AI성능과 관계없이 AI가 처리한 학습 데이터를 믿지 못해 여러 번 검수하기도 했다.

에이모는 작업자가 AI에게 작업을 가르쳐주며 같이 성장하는 형식의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을 적용했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작업자가 AI를 여전히 믿지 못하고 다량의 검수를 하는 등 효율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이 과정이 3~4회 반복되자, 작업자가 AI를 믿기 시작했다. 검수 데이터 수도 줄었고, AI가 내놓는 실제 데이터 완성도도 크게 올랐다.

 AI가 진행하는 ‘오토 라벨링’은 효율이 좋은 편이지만, 100%를 달성할 수는 없었다. 에이모가 AI와 사람의 협업을 고려한 배경이다. /IT조선
AI가 진행하는 ‘오토 라벨링’은 효율이 좋은 편이지만, 100%를 달성할 수는 없었다. 에이모가 AI와 사람의 협업을 고려한 배경이다. /IT조선
남기철 본부장은 "반복 작업으로 작업자는 AI가 내놓는 데이터를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생긴다. AI의 추론능력도 해당 프로젝트에 맞게 더 정교해진다"며 "작업자는 더 많은 가공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돈을 번다. 기업 입장에서 더 정확한 AI학습데이터를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AI와 사람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서비스 나선 에이모는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다수 기업에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18년 매출(데이터가공액 기준)은 약 1500만원에 그쳤지만, 작년 11억에 이어, 올해 140억원 규모로 수직 상승했다.

최근에는 에이모의 노하우가 담긴 데이터가공플랫폼 ‘에이모 엔터프라이즈’가 무료 베타 서비스에 나섰다. 에이모 엔터프라이즈는 연말 정식 서비스가 목표로, 정식 론칭 이후에도 무료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유료화에 나선 타 플랫폼과 달리, 에이모의 무료화 정책에는 오승택 에이모 대표의 의지가 담겼다. 오승택 대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무료로 서비스할 계획"라고 밝혔다. 남기철 본부장 역시 "에이모의 목표는 데이터과학자와 라벨링 작업자 모두를 돕는 것에 있다"며 "어떤 AI기업도 에이모의 라벨링 툴을 가공에 사용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