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에 경고등이 켜졌다. ‘2대 주주’ 국민연금의 반대로 임시 주주총회에서의 안건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개인 투자자들도 일제히 반발하는 분위기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LG화학 임시주총의 3대 키워드로는 국민연금, 외인 기관 표심, 전자투표 등을 꼽을 수 있다.

LG화학은 30일 임시주총을 열고 자동차·소형·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를 만드는 전지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설립하는 안을 의결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LG화학 지분율은 LG가 30.6%, 국민연금 10.4%, 외국인 투자자가 40%, 개인 투자자와 국내 기관 투자자가 각각 10%씩 보유 중이다.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LG그룹 여의도 사옥 전경/ 조선일보DB
LG그룹 여의도 사옥 전경/ 조선일보DB
전자투표제 도입, LG화학 발등 찍나

"삼성전자에서 반도체가 빠진 것 아니냐.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했는데 방탄소년단이 타 소속사로 옮긴 격이다."

LG화학 개인 투자자들이 배터리 분사를 빗대어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올린 글의 일부다. 분사 계획 발표 직후부터 반대에 나선 이들은 27일 국민연금의 반대의사 표시를 기점으로 주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전자투표는 29일 오후 5시까지 진행한다.

LG화학은 LG 등 특별관계사의 지분(30.6%)만으로 총 발행주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표를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표 획득은 개인 투자자의 참석률이 높아질 수록 불투명해진다.

3월 LG화학의 정기 주총 참석률은 76.4%였다. 주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이번 주총 참석률은 9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찬성에 필요한 의결권은 3분의 2인 60%에 이른다. 전체로 보면 LG가 보유한 지분 외 30%쯤이 더 필요한 셈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한 전자투표는 주주의 참석률은 높이지만 LG화학의 발등을 찍는 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큰 개인투자자의 참석률이 유독 높아질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 지분 10.4%에 개인투자자 지분 12%를 더하면 22%의 반대의견이 모일 수 있다.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된 배터리 셀을 점검하고 있다./ LG화학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된 배터리 셀을 점검하고 있다./ LG화학
외국인·국내 기관 표심은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동의는 결국 40%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와 10%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관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 외국인, 기관투자자 중 예상보다 많은 반대표가 나올 경우 물적분할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외국인들도 신설법인의 신주를 받지 못해 반대할 것이라는 의견과 LG화학이 주주달래기 방안으로 제시한 배당정책 확대 등에 동조해 찬성할 것이라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선다.

국내 기관이 앞서 나온 국민연금 입장으로 돌아서면 결과는 더욱 예측하기 어렵다.

일부 의결권 자문사가 이미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도 부담이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할할 경우, 모회사인 LG화학 주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국민연금 결정에도 외인·기관은 분할 찬성할 것"

배터리 업계에서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분사에 찬성하고 있어 최근 국민연금 결정에 따른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안을 따르는 게 관행화돼 있다. 상당수는 안건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ISS는 분사 후 기업공개(IPO)를 거치면 외려 LG화학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 글래스루이스, 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도 찬성 의견을 피력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안을 참고하는 것은 국내 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눈치를 보는 일부 국내기관이 나올 수 있지만, 대체로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에 동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시주총에서 분할 안건이 부결되면 재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기업의 의지대로 물적 분할 추진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배터리 사업을 보고 LG화학을 샀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인적분할 방식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적 분할이 되면 개인들은 보유 주식수 만큼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모두 갖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최대주주 지배력을 유지하며 투자자를 구할 수 있고, 사업 매각이나 정리가 용이해 분사 시 물적 분할을 선호한다. 인적 분할은 신규 투자를 유치하려면 유상증자를 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해야 해 최대주주 지분율이 희석된다. 이는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진다.

LG화학 관계자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간인 ISS를 비롯해 한국기업지배연구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찬성한 사안인데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은 매우 아쉽다"며 "이번 분할은 배터리 사업을 세계 최고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해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