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 글로벌로 뻗어 나가는 K바이오
美 기점으로 호주, 유럽서 오픈이노베이션
CDO 연구센터부터 현지법인까지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한국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 대학, 제약사 등과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을 통해 바이오 기술과 잠재적 고객사를 확보,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국을 기점으로 바이오 전진기지를 마련하고 나섰다. 이를 기점으로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전략이다. 고객사와 물리적 거리를 좁혀 보다 나은 환경에서 협업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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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갯벌서 시작된 삼바, 美 샌프란시스코로

가장 최근 미국 진출을 선언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CDO(위탁개발) R&D 센터를 개소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바이오 고객사의 신약개발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송도 갯벌에서 시작된 바이오 사업이 세계로 뻗어나간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서 입증한 CDO 경쟁력을 해외서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CDO 사업을 통해 2018년 이래 2년여 만에 60여건의 수주 계약을 확보했다. 해외에서 관련 레퍼런스를 쌓아 향후에는 연구·개발·생산까지 ‘원 스톱 서비스’를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개발한 물질 성과는 긍정적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계획을 승인받은 물질은 2건, 유럽의약청(EMA)으로부터 승인받은 물질이 1건이다. 이 밖에도 회사는 지난 8월 바이오 신약 세포주 개발과 관련해 세포 발현량을 업계 대비 2배 가량 높이고 세포 생존율을 90% 이상으로 개선한 삼성 고유 세포주 에스초이스(S-Choice)를 내놓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2021년부터 미국 동부와 서유럽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김태한 사장은 "2021년쯤 미국 동부에도 CDO R&D 센터를 추가 개소하겠다"며 "스위스나 프랑스, 독일, 영국에서도 CDO 수요가 높은 만큼, 서유럽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美 보스턴에 전진기지 마련한 LG화학

LG화학은 지난해 미국 보스턴에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를 개소하고 글로벌 신약 개발에 나섰다. 보스턴은 머크, 노바티스, 화이자 등 2000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뿐 아니라 임상 진행이 가능한 다양한 대형 종합병원이 밀집해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보스턴 기반 바이오 업체들이 체결한 신약과제 라이선스 계약은 총 85건이다. 공개된 계약 규모만 42억달러(약 4조 7000억원)에 달한다.

LG화학은 보스턴발 바이오 인프라를 활용해 자체 개발 및 외부 도입 신약과제의 글로벌 상업화를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2025년까지 임상단계 신약과제를 15개 이상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실제 최근 LG화학은 파트너사 ‘트랜스테라 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미국 FDA에 NASH(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 신약 후보물질 TT-01025의 임상1상 시험계획을 제출했다.

유한양행, 보스턴·샌디에이고 이어 호주까지

유한양행은 미국 보스턴과 샌디에이고에 이어 호주에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호주 의약품 시장은 유로모니터 집계 매출액 기준 2017년 119억 호주달러에서 2022년 148억 호주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만성질환 의약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미국과 호주 법인을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보스턴과 샌디에이고 법인 설립 당시 유한양행 측은 "각각 설립한 법인을 통해 외부에서 신약 후보물질과 원천기술을 발굴하는 오픈이노베이션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임상시험 규제 완화로 유명한 호주는 특히 우수한 임상시험 수행지로 꼽히는 만큼, 파이프라인 강화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규모 바이오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는 유럽 시장도 눈여겨 보고 있다. 실제 유한양행은 최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과 전략적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임페리얼 칼리지가 운영하는 중개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해당 대학은 유망 바이오벤처·제약사와의 협력으로 기초의학연구 분야 산업화를 촉진하는 중개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관련 협업이 유한양행의 유럽시장 진출에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