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통해 학습한다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게임 안에는 문학·과학·사회·상식 등 다양한 분야 숨은 지식이 있다. 게임을 잘 뜯어보면 공부할 만한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오시영의 겜쓸신잡(게임에서 알게된 데없지만 알아두면 기한 느낌이 드는 동사니 지식)은 게임 속 알아두면 쓸데없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한 잡지식을 소개하고,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코너다. [편집자 주]

▲2018년 여성 4인조 가수로 데뷔
▲데뷔곡 ‘POP/STARS’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 3억8000만회 돌파
▲2018 롤드컵 결승전에서 오프닝 공연
▲2020년 8월 싱글 ‘THE BADDEST’ 발표
▲11월 EP앨범 발표를 앞두고 타이틀곡 MORE 공개

BTS나 블랙핑크 같은 대형 K팝 아이돌 가수의 이력 같지만, 사실 이는 라이엇게임즈가 K팝 트렌드에 영향을 받아 선보인 가상 걸그룹 K/DA의 주요 이력이다.

K/DA의 첫 앨범 ‘POP/STARS’ 표지 / 라이엇게임즈
K/DA의 첫 앨범 ‘POP/STARS’ 표지 / 라이엇게임즈
K/DA는 라이엇게임즈의 대표작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 아리, 이블린, 아칼리, 카이사로 구성된 가상 걸그룹이다. K팝 아이돌그룹에서 흔히 사용하는 메인보컬, 리드보컬, 리드댄서, 래퍼 포지션을 그대로 따랐다. 뮤직비디오도 숨은 의미를 다수 담는 등 K팝처럼 구성한다.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KDA는 킬·데스·어시스트의 줄임말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용어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기본 세계관 외에도 ‘스킨’을 통해 표현되는 확장·평행 세계관이 있는데, K/DA도 이 중 하나다. 이용자는 게임 내에서 K/DA 스킨을 만나볼 수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K/DA 세계관 구축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편이다. K/DA 멤버는 각자의 이력이나 키 등 설정을 다수 보유했다. 이를테면 아리는 10대 시절 팝스타로 이름을 날린 이후 K/DA로 이미지 변신에 나섰고, 자신의 향수 브랜드 ‘매혹’을 소유했다는 설정이 있다. 설정을 확립·확장하기 위해 가상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K/DA는 활동은 단지 색다른 세계관을 담은 스킨 발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음악 작품을 다수 발매했다. 목소리는 실제로 필드에서 활약하는 가수가 맡는다.

메인보컬 아리는 한국 아이돌 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이, 리드보컬 이블린은 매디슨 비어(POP/STARS, MORE), 비 밀러(THE BADDEST)가 맡았다. 메인 댄서 카이사는 자이라 번스(POP/STARS, MORE), 울프타일라(THE BADDEST)가, 래퍼인 아칼리는 (여자)아이들의 소연이 연기한다.

K/DA는 2018년 ‘POP/STARS’라는 곡으로 처음 등장해 음반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이 곡은 당시 아이튠즈에서 K팝 부문 1위, 팝 차트 부문 2위, 빌보드 차트의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DSP 스트리밍 횟수도 1억7000만회쯤 기록했다.

2018 롤드컵 오프닝에서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공연하는 K/DA 영상 / 리그 오브 레전드 유튜브 채널


K/DA는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실제 가수들만 보였지만, 영상으로 공연을 시청하는 사람은 홀로그램으로 표현한 K/DA 멤버가 실제 가수와 함께 공연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경기를 보러온 관중 수는 2만6000명에 달한다.

K/DA의 인기는 최근까지 이어진다. 29일 공개한 신곡 MORE 뮤직비디오는 공개 하루 만에 조회수 1200만회를 넘겼다. 이 곡은 11월 발매 예정인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실 사이버 가수라는 개념은 90년대 말부터 있었던 개념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력이 당시보다 훨씬 높아 구현하기 더 용이하다"며 "캐릭터로 만든 가수가 장기 흥행하려면 꾸준히 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게임사가 체계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실 캐릭터·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현실에서 가장 활동하기 용이한 형태가 ‘가수’다. 뮤직비디오나 음원을 발표하는 것이 이를테면 배우로 활동하는 것보다는 훨씬 쉽다"며 "최근에는 캐릭터가 가수 등 활동을 하는 것이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므로, 향후 기술이 발전한다면 캐릭터가 가수를 넘어 멀티 엔터테이너로서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녀감성 여성 인물화를 주로 그리는 최미경 작가의 ‘현실과 환상사이’ 중 한 작품. 걸크러시 매력을 뽐내는 가상 걸그룹 ‘KDA’를 소녀감성으로 풀어냈다. 작품에 있는 꽃은 KDA캐릭터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 오시영 기자
소녀감성 여성 인물화를 주로 그리는 최미경 작가의 ‘현실과 환상사이’ 중 한 작품. 걸크러시 매력을 뽐내는 가상 걸그룹 ‘KDA’를 소녀감성으로 풀어냈다. 작품에 있는 꽃은 KDA캐릭터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 오시영 기자
한편, K/DA는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라이엇게임즈가 1월 종각 롤파크에서 개최한 전시회 ‘리그 오브 레전드 인베이드 아트’에 참여한 최미경 작가는 ‘센 언니’·‘걸크러시’ 등 매력을 뽐내는 가상 걸그룹 ‘K/DA’를 서정적이고 차분한 소녀감성을 담은 자신의 화풍으로 풀어냈다.

작품에서는 각 캐릭터를 상징하는 꽃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평소 ‘여성’과 ‘식물’이 자주 등장하는 작가의 화풍을 반영한 것이다. 최 작가는 "작품 속 식물은 인물 대신 그의 이야기와 감정을 대신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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