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막’ 필요한 LG화학, 공급사 SK이노와 소송 합의할까

이광영 기자
입력 2020.11.02 06:00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이 세기의 배터리 분쟁을 끝낼 도구로 쓰일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분쟁이 장기화 할 조짐을 보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판결을 6주 뒤인 12월 10일로 연기해서다.

하지만 최종판결에 앞서 양사가 극적으로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코나EV 화재 원인이 LG화학이 공급한 배터리셀 분리막 결함 때문이라는 국토교통부의 지적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LG화학이 고객사 요청에 따라 SK이노베이션에 공급 받는 분리막 물량을 늘려야 할 입장에 놓일 수 있어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각사
10월 3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에 공급할 배터리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이 생산하는 분리막을 탑재하기 위해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SKIET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다.

LG화학은 주로 일본 도레이, 중국 상해은첩 등으로부터 분리막을 공급받아 주요 전기차에 공급해왔다. 이번 결정은 코나EV 화재 이후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을 받는다.

LG화학이 SKIET에 주문한 제품은 ‘축차연신’ 기술을 적용한 분리막인 것으로 파악된다. 축차연신 기술은 SKIET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분리막을 균일한 품질로 자유자재로 늘려, 원하는 물성과 두께로 만들어준다. SKIET는 이 기술을 통해 4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다. 분리막 두께가 얇을 수록 배터리 밀도를 높일 수 있어 유리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축차연신 기술을 적용하면 배터리 제조사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는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다"며 "완성차 업체가 요구하는 배터리 스펙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특정 분리막의 배터리 탑재를 늘려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리막을 살펴보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직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
당초 LG화학이 분리막을 가장 많이 공급받는 기업은 SKIET였다. 2010년대 초에 LG화학 배터리에 탑재한 분리막의 70%쯤은 SKIET 제품이었다. 하지만 2011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분리막 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후 양사의 관계는 틀어졌다. LG화학이 SKIET에 공급받는 분리막 물량은 10%대로 줄어든 상태다.

LG화학은 도레이, 상해은첩 등과 협력을 확대했다. 2019년에는 상해은첩과 5년간 7300억원 규모의 습식 분리막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LG화학이 협력을 강화한 상해은첩은 습식이 아닌 건식 중심으로 성장해 온 업체다. 아직까지 습식 분리막 생산에서 수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LG화학이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에 SKIET의 분리막을 쓰는 이유다.

배터리 업계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이 장기화 할 수록 양사의 분리막 협상이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화재 이슈로 SKIET의 더 많은 분리막이 필요해진 LG화학, 자회사 SKIET의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 SK이노베이션 모두 소송 합의가 절실한 입장이다.

양사는 여전히 합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LG화학은 ITC 최종판결이 연기된 직후 "소송에 성실하고 단호하게 임하겠다"면서도 "경쟁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소송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다"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도 원칙적으로 합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0월 30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ITC 판결 연기로 소송 절차가 길어지게 됐지만 소송 절차에 충실히 임하겠다"며 "소송에 따른 불확실성 없앨 수 있도록 협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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