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미국의 애니메이션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크런치롤(Crunchyroll)’ 인수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경제신문은 소니가 크런치롤 인수를 위해 모회사이자 미국 통신업자인 AT&T와 최종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매체는 소니가 크런치롤 인수를 위해 1000억엔(1조879억원) 이상의 금액을 제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 / 크런치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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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애니메이션 업계 소니가 크런치롤을 인수하는 이유에 대해 소니가 보유한 영상 콘텐츠를 세계 각국에 서비스할 플랫폼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소니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 다수의 영상 콘텐츠를 보유했지만 이렇다 할 OTT 플랫폼은 갖추지 못했다.

또, 소니의 주력 사업이던 이미지 센서 사업이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6% 하락한 810억엔(881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소니의 콘텐츠 사업 비중과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소니는 현재 애니메이션 최고 화두로 떠오른 ‘귀멸의 칼날(鬼滅の刃)'을 제작한 애니플렉스를 보유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소니픽처스 등을 통해 인기 영화를 생산하고 있다.

소니는 2017년 애니메이션 전문 스트리밍 업체 퍼니메이션 프로덕션스를 인수했지만 회원 수는 100만명쯤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소니가 인수를 추진하는 크런치롤의 경우 무료회원 7000만명, 유료회원 수는 300만명 이상이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200개 이상 국가에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콘텐츠다. 넷플릭스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전체 유료회원 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1억 세대가 한 편 이상의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시청했다.

사쿠라이 다이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수석 프로듀서는 27일 진행된 글로벌 매체 인터뷰를 통해 "1년간 세계 1억 세대가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즐겨 본다는 데이터가 집계됐다. 세대를 인원으로 환산하면 2~3억명에 달한다"며 "과거에는 애니메이션을 콘텐츠 산업의 작은 조각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더 큰 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전환기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대변자인 일본동화협회에 따르면 2018년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2조2000억엔(24조원)에 달한다. 5년전인 2013년 통계와 비교하면 1.5배 성장했다.

일본경제신문 등 현지 매체는 소니가 크런치롤을 인수할 경우,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 등 OTT 서비스와 글로벌 패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