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84년작 ‘초력로보 가랏트(超力ロボ ガラット)’는 개그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슈퍼로봇 작품이다. 머리와 몸체가 잘 구분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짜리몽땅 생활형 로봇이 멋진 전투 로봇으로 변신하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악덕 우주인 앞에 나타난 가랏트는 압도적인 힘으로 우주인들의 로봇을 차례차례 무찌른다. 하지만, 지구법 상 무기를 만들어 가지는 것은 불법이다. 키우이 박사는 경찰을 속이고, 자신도 돈을 벌기 위해 가랏트를 조종하는 것은 ‘정의의 우주인'이며,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은 키우이 박사 오직 자기 뿐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애니메이션 ‘초력로보 가랏트'는 ‘기동전사 건담'을 탄생시킨 선라이즈의 작품이다. 건담에서 연출을, ‘갓시그마', ‘다그람', ‘바이팜', ‘드라고나' 등의 로봇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감독을 맡았던 ‘칸다 타카유키(神田武幸)’가 진두지휘해 만들었다.
가랏트는 선라이즈의 직전 작품인 ‘은하표류 바이팜' 주요 제작진이 고스란히 참가했다. 바이팜이 소년소녀들의 우주전쟁 속 처절한 생존기를 그리는 등 진지한 내용을 담았던 것과 정반대로 가랏트는 누구나 웃고 즐길 수 있는 개그 애니메이션으로 탄생됐다.
아시다 작화감독은 현지 잡지 월간아웃 인터뷰를 통해 "본격적인 개그 애니메이션 제작에 기획부터 참가한 것은 가랏트가 처음이었다. 당시 개그 컨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힘들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가랏트 시나리오는 ‘호시야마 히로유키(星山博之)’가 맡았다. 호시야마는 ‘무적초인 잠보트3’, ‘캡틴퓨처', ‘기동전사 건담', ‘무적로보 트라이더G7’, ‘마크로스', ‘바이팜', ‘패왕대계 류나이트' 등 애니메이션에서 각본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가랏트 메카닉 디자인은 ‘독수리오형제', ‘건담', ‘보톰즈', ‘자붕글', ‘드라고나', ‘가리안' 등 다수 로봇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주역 로봇 디자인을 완성시킨 ‘오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가 담당했다.
◇ 140㎝에서 9.8미터 크기로 변신하는 슈퍼로봇 가랏트
가랏트 로봇은 건담처럼 사실성을 기반으로 한 리얼로봇의 디자인을 추구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변신 구조로 인해 슈퍼로봇으로 분류된다.
사람보다 작은 높이 기준 140㎝ 크기에서 9.8미터 대형 로봇으로 변신하는 것 자체가 물리·과학은 물론 사실성을 무시한 설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개그 애니메이션 특성상 사실성보다 허구성에 가까운 슈퍼로봇이 더 어울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선라이즈 제작진들은 이런 역설적인 설정을 ‘로봇의 의식이 봉인된다'라는 설정을 더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생활형 로봇일 때는 AI에 의해 자아를 가지지만 전투로봇 가랏트로 변신하면 의식이 봉인되고 파일럿의 조종만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역 로봇은 ‘그루트'라는 중간형태가 존재한다. 생활형 로봇 모습 그대로 거대화되면서 파일럿이 탑승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루트 형태에서는 로봇 AI가 활성화된 상태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몸집은 커졌지만 힘도 전투능력도 그다지 없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