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그래픽카드 시장이 뜨겁다. 엔비디아의 지포스 30시리즈가 9월 중순 출시 이후 쇼핑몰에 등장하자 마자 수분 만에 동이 났다. 역대 최고 성능에 가성비로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하자, 대란은 장기화됐다. 급기야 ‘되팔이’가 활개를 치고 있다며, 제품을 구매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토로가 거세졌다.

정작 소비자들이 분노한 것은 유통채널이다. 국내 굴지의 쇼핑몰로 급부상한 쿠팡은 에이수스의 ‘TUF 3080’을 단독으로 판매해 화제를 모았다. PC유통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포스 30시리즈 중에서도 가격 대비 구성과 성능이 가장 뛰어난 최고 인기 제품을 단독으로 유통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반겼다. 쿠팡에 대한 높은 신뢰도와 그에 따른 원활한 공급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졌다. 매주 한 번씩, 공지한 시간에 100여개 남짓의 TUF 3080을 팔 때마다 불과 1분도 안 돼 판매 물량이 순식간에 동이 난다. 구매 버튼을 눌러도 잠시 후 품절 되면서 결제 화면조차 못 봤다는 후기들이 쏟아져나온다. 한 번 구매에 최소 수천 명에 달하는 구매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구매 과정에 ‘매크로’가 사용됐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9월 17일 처음 지포스 3080이 나왔을 때만 해도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봤지만 매주 새로운 물량이 입고될 때마다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자 "매크로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들린다.

쿠팡을 통해 단독으로 판매 중인 에이수스의 ‘TUF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카드 / 쿠팡 갈무리
쿠팡을 통해 단독으로 판매 중인 에이수스의 ‘TUF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카드 / 쿠팡 갈무리
일각에서는 매크로 구매에서 주로 사용하는 결제 방식인 계좌이체를 막거나, ‘리캡차(reCAPTCHA)’처럼 자동구매 매크로나 봇(bot)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넣으라는 요구도 한다.

실제로 지포스 GPU의 개발사인 엔비디아는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판매하는 ‘파운더스 에디션’에 매크로와 봇(bot) 등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되고, 일반 구매자의 정상적인 구매가 힘들어지자 즉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최근의 초단기 품절 사태에 매크로가 쓰였는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쿠팡 입장에서 고객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였는지가 궁금하다. 구매에 실패한 소비자의 불편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그저 제품 판매에만 집중한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터넷 쇼핑몰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유통 대기업 도약을 꿈꾸고 있다.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고 기대도 크다. 하지만 고객의 불만이 쌓이면 이같은 기대가 언제든 실망감과 불신으로 바뀔 수도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