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이 긴장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규제 카드를 꺼내 들 경우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대형 IT 기업을 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 조 바이든 후보 홈페이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 조 바이든 후보 홈페이지
"트럼프도 바이든도 반독점 압박"

가장 큰 이슈는 반독점 규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하원 반독점소위원회에서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거대 IT기업을 독점 기업으로 규정한 보고서를 채택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 보고서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데이비드 시칠린 미국 하원의원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그(바이든)는 빅테크 기업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거대 기업의 독점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기업 책임도 강화될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는 1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통신품위법 230조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인터넷 기업이 온라인에 게재되는 허위 또는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 덕에 페이스북, 구글 등은 자사 플랫폼에 게재되는 콘텐츠에 대한 걱정 없이 서비스를 확대해 왔다.

세금도 부담이다. 바이든은 21%인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법인세 인하 혜택을 누려온 실리콘밸리 기업엔 부담이다. 그는 또 해외 조세피난처에 위치한 미국 기업의 수익은 세금을 두 배 이상 물릴 계획이다.

이같은 증세 정책에 업계는 실리콘밸리 기업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벤처캐피탈(VC) 펀드 투자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에 소득세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 투자자 브래드 바움은 패스트컴퍼니에 "소득세가 오르면 벤처 펀드 투자가 위축될 것이다"며 "소규모 펀드와 스타트업 창업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에 거는 기대

다만 바이든 후보에 거는 기대도 있다. 전문직 취업 비자(H-1B) 발급 문턱을 계속 높여온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후보는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실리콘밸리엔 기쁜 소식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기업 종사자들은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다. CNN에 따르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직원들은 바이든의 7월 선거운동에 트럼프 대통령보다 3배나 많은 돈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발인 셈이다.

톰 포르테 DA데이빗슨 애널리스트는 CNN에 "역사적으로 이민자 친화적인 정책은 우수 인재 풀을 확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빅테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실리콘밸리를 웃게 할지 울게 할지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역할에 달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리스 후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검사 생활을 하며 해당 지역 기업인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해리스가 기술 기업의 우군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의 빅테크 기업 규제 관련 당론은 공화당보다 엄격하다"면서도 "친IT 기조의 해리스 부통령 후보 역할에 따라 규제는 완화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