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영화의 단골 손님인 2세대(2G) 대포폰을 더는 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포폰은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개통한 차명 휴대전화다. 일반적으로 대포폰은 2G 단말기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G 서비스 종료와 함께 대포폰도 확 줄어들 전망이다. KT는 이미 2011년 2G 서비스를 종료했고, 최근 SK텔레콤에 이어 LG유플러스도 2G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2G폰은 2021년 6월 이후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영화 ‘신세계’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영화 ‘신세계’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7일 이동통신 업계 등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2021년 2G 주파수 재할당을 받지 않기로 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비스 종료 전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는 시점 등에 대해 협의 중이다.

강학주 LG유플러스 CR정책담당 상무는 5일 열린 2020년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가입자 감소 추이와, 20년 된 장비 노후화 등을 감안할 때 해당 주파수의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6월 쯤에는 정부 승인을 받아 철수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통3사가 2G 종료에 나서는 이유는 망 노후화에 따른 고장 급증 및 부품 부족 등으로 원활한 2G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의 2G 가입자는 1만8882명으로, 2019년 7월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가입자도 적고, 장비 유지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파수 비용을 추가 지불까지 하며 무리하게 서비스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

위치추적 어려운 2G ‘양날의 검'

2G폰은 GPS가 내장돼 있지 않아 기지국을 통해서만 위치추적이 가능한 단말기다. 도청 우려도 낮다. 그러다 보니 불법 마약 거래,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됐다.

하지만 보안을 중요하게 여기는 국가정보원 요원 등 공직자와 정재계 인사들이 사용하는 사례도 적잖이 있었다. 2016년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포폰을 사용한 사례들이 알려지기도 했고, 국회의원들 중에서 2G폰 사용을 공공연히 밝힌 이들도 많다.

2013년 정부는 대포폰을 막기 위해 휴대폰 가입시 대리인 개통을 허용할지 여부를 가입자가 설정하고 본인 확인 기능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대포폰이 활개를 치자, 2016년에 본인확인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이동통신 대리점에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하는 강수를 뒀다.

이후에도 여전히 범죄 현장에서 2G폰이 발견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나왔다. 2018년에도 필로폰 용의자 집을 수색하니 대포폰 6대가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다. 6대 모두 2G폰이었다.

이처럼 범죄에 악용되던 2G 폰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2G폰을 사용하는 범죄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G 서비스 종료로 대포폰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는 셈이다.

정완 경희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속 대포폰을 쓰고자 하는 이들은 있겠지만, 대포폰으로 많이 쓰이던 2G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일정 부분 대포폰 감소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법적 제도 정비를 통해 대포폰 근절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