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업계, 전자담배 안전성 과학적 입증 통해 차별규제 촉구

김형원 기자
입력 2020.11.11 06:00
전자담배가 일반담배 대비 덜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담배업계는 임상실험을 동반한 사실 규명을 통해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정부당국을 대상으로 일반담배 대비 차별화된 규제를 얻겠다는 움직임이다.

BAT코리아는 최근 공개한 1년 장기 임상실험 결과를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로 완전히 전환한 흡연자는 초기 3개월만에 일반 연초담배에서 발생되는 유해물질 노출이 90% 감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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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임상실험은 영국에서 500명이상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것으로, BAT가 공개한 데이터는 초기 3개월치다. 실험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독성물질 리스트를 기준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 연초 담배의 유해 성분 지표를 서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위해성과 노출도 측정을 위해 ‘시안화에틸아미노산(CEVal)’을 생체지표로 채택했다.

BAT그룹에서 위해저감 제품연구를 맡고 있는 제임스 머피 박사는 "영국보건국은 6년전부터 전자담배가 일반담배 대비 90% 더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임상실험 결과는 3개월분에 대한 결과지만 전자담배가 일반담배 대비 유해성분 노출이 현저하게 감소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당 장기 임상연구 최종 결과는 2021년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BAT그룹 R&D 선임 연구원인 아넷 댈림플 박사는 "BAT는 40여개 논문 발표를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연초담배 대비 상당한 차별점을 확보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바 있다. 배출 물질은 일반담배 대비 90% 저감됐고, 독성 물질은 일반담배 대비 95% 낮아졌다. 실내 공기질은 일반담배 대비 95%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BAT코리아는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11일, BAT코리아 한 관계자는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관점이 소비자와 정부 규제당국의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분법적인 전자담배 위해성 논란에서 한 발 나아가 종합적인 국민건강 측면에서의 개선 방안으로 이해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담배업계는 BAT그룹의 이번 임상실험이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의 미국 진출 사전 작업이라는 시각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위해저감 담배제품(Modified Risk Tobacco Product·MRTP)’ 인가를 받기위한 준비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BAT는 현재 미국시장에서 레이놀즈아메리칸을 인수해 운영중이다. 레이놀즈는 미국 현지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뷰즈(Vuse)’와 머금는담배 ‘벨로(Velo)’에 주력하고 있다. BAT 입장에서는 향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세계적으로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FDA로부터 안전성 인가를 받아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BAT의 경쟁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은 올해 7월, FDA로부터 자사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에 대한 MRTP 인가를 받은 바 있다. FDA는 PMI의 8개의 전 임상연구, 10개의 임상연구 결과 등 방대한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전자담배 아이코스에 대해 MRTP 인가를 결정했다.

담배업계는 전자담배가 영국과 미국 등 세계 보건기관을 통해 유해성 감소를 인정받은 만큼, 한국에서도 전자담배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9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FDA 결정을 통해 ‘아이코스의 증기에는 일반담배 연기 대비 현저히 적은 수준의 유해물질이 포함됐고, 아이코스로 완전히 전환할 경우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을 줄인다는 점’을 입증함으로써 일반담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새로운 방식의 담배나 니코틴 제품을 한국정부가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또 "정부가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동일하게 규제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방치한다면 소비자는 혼란을 겪게 된다. 소비자가 혼란을 겪게 되면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병행 사용하거나 일반담배 흡연에 머무르게 되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앙드레 칼란조풀로스 PMI 회장은 이보다 앞선 7월, "WHO를 비롯해 세계 규제당국들은 담배회사를 적대시하고 전자담배를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규제당국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통해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임을 인정하고 전자담배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통해 성인 흡연자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배윤석 BAT 북아시아 법무대외협력 부사장은 5일, 서울에서 열린 BAT코리아 기자간담회를 통해 "영국은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추천하고, 미국은 FDA를 통해 일부 전자담배를 위해성저감제품으로 인정했다"며 "한국 정부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전자담배 제품에 대해 차등적이며 합리적인 규제를 적용했으면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9월, 담배 분야 세계 최대 포럼 중 하나인 ‘2020 글로벌 담배 니코틴 포럼(GTNF)’에서도 전자담배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데릭 야흐(Derek Yach) 담배연기없는세상재단 회장은 "연간 700만명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13억명이 일반담배 제품을 사용하지만, 이러한 수치를 신속하게 줄이기 위해 아무도 제대로 일 하고 있지 않다"며 각국 규제당국의 정책 실패를 꼬집었다.

GTNF 포럼 발표 내용에 따르면 필리핀과 인도는 전자담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제한적인 접근이나 불공정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 필리핀은 일반담배 흡연으로 인해 1년에 8만8000명이 사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 지출은 막대하다. 인도정부는 2019년에 액상형(vapor) 전자담배 제품 사용을 금지했다. 포럼에 참석한 의학 전문가들은 과학적 사실을 무시한 채 시행되는 정책은 덜 해로운 대체재에 대한 성인 흡연자들의 접근성을 낮추며, 결과적으로 비흡연자들까지 포함된 공중 보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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