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온라인 중고거래 관련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AI)’이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기술력이 곧 경쟁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빠르게 늘고 있는 각종 사건과 사기를 방지해 거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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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중고거래 피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중고거래 피해사례 건수는 23만여건으로 2015년 9만여건과 비교해 2.7배 늘었다. 같은 기간 피해금액은 758억원에서 2767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거래량이 늘어난 만큼 피해 건수도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기 거래 등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플랫폼 업체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거래는 신뢰가 중요한데 사기 피해가 늘면 앱 신뢰도가 낮아질 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의 중고거래 플랫폼이 늘어나는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AI 기술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I 기술 개발을 위해 내부 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보안 스타트업 등 외부와의 협력에도 적극이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중고거래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와 기술 확보가 필수라는 판단이다.

중고나라는 최근 중고물품 거래 전문 연구 조직인 ‘평화연구소’를 신설했다. 사기거래를 사전에 포착해 이용자에게 경고를 보내는 식의 새로운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사기 접수 피해를 90% 이상 줄이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AI 금융솔루션 기업 씽크풀과 기술 교류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중고나라가 그간 축적해 온 중고거래 이용자 행동 패턴 등 정보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라며 "데이터사이언스나 개발 분야 등의 인력을 채용하면서 조직을 점차 확대하겠다"고 했다.

번개장터는 앱 내 메신저 번개톡에 대화 맥락을 파악하는 AI를 적용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했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 대화에서 부적절한 내용이나 거래를 감지하면 알림메시지를 발송한다. AI 보안 전문 기업 에스투더블유랩과는 기술 협약을 체결했다. 최신 보안 기술을 적용해 사기 거래 탐지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기술적인 부분에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비대면 거래에도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당근마켓은 전문 판매업자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AI를 활용한다. 지역 주민 간 연결이라는 앱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AI가 실시간으로 검수해 전문 판매업자 게시글을 자동으로 숨기고 해당 이용자 활동을 제한한다. 또 AI 기술을 고도화해 부적절한 게시글이나 허위, 사기 등의 행위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자체 AI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 전체 인력의 약 65%가 개발자지만 지난달부터 상시 채용을 진행하며 우수한 개발자를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