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아직도 콘텐츠는 '공짜'라고 생각하시나요

차주경 기자
입력 2020.11.16 06:00
모 OTT업체 관계자와 자리했다. 서로 영화 관람을 좋아해, 신작과 추천작 소감을 주고 받았다. 그러던중 관계자로부터 OTT 3개월 연장 프로모션 쿠폰에 대해 소개 받았다.

그는 "이걸 무료 쿠폰이 아니라 구독자 혜택도 넓히고 콘텐츠도 알리는 프로모션 쿠폰이라고 불러요. 무료 쿠폰이라고 하면 저희가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그냥 대가 없이, 공짜로 뿌린다는 뜻이라 꺼려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순간 ‘아차, 실수했구나’라고 생각했다. 은연중 콘텐츠의 가치를 ‘공짜’로 생각한 것이다.

콘텐츠는 ‘공짜’가 아니다. 영화를 한 편 만들려면 수억~수백억원이 든다. 드라마 제작비도 영화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이다. 배우 출연료, 장소나 촬영 장비 대여비 등 제작비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큰 ‘창작의 가치’에 ‘사람의 수고’까지 들어간다. 그러니 콘텐츠에는 ‘가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공짜가 아니다. 공짜여서는 안된다.

인물 설정과 줄거리를 가다듬고, 구성이며 배경을 궁리하느라 머리 싸매고 잠을 못 이룰 작가. 촬영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촬영 인력. 애써 만든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 구두 밑창이 닳도록 뛰어다닐 영업 인력. 많은 이들의 수고가 콘텐츠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리고 우리는 관람료, 시청료를 내고 콘텐츠를 본다. 대가를 내고 가치를 즐긴다.

이 비용과 수고를 무시한 채, 내가 즐겨 보던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를 ‘공짜’나 ‘무료’라고 생각했다니, 잘못이다. 그에게 다시 한번 사과한다. 그리고 주장한다. 우리 모두가 ‘콘텐츠는 공짜’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예시로 든 OTT와 영화, 드라마에 한정한 이야기가 아니다. 만화와 음악, 게임과 책 등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기는 모든 콘텐츠에는 가치가 있다. 콘텐츠를 구상하고 만드는 창작자의, 다듬고 알리는 이들의 피와 땀이 담겼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의 수고와 노력을 자주, 쉬이 잊어버린다.

많은 이들이 ‘콘텐츠는 공짜로 즐기는 것’이란 인식을 가졌다. 신작 영화가 나오면 불법 공유 사이트부터 뒤지는 이들이 많다. 책이나 만화는 사서 보는 것이 아니라, 불법 스캔본 혹은 대여본으로 보는 것으로 여긴다. 음악은 무료로 스트리밍해서 듣는 것, 게임은 과금 없이 무료로 서비스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PC 소프트웨어, 스마트폰 앱을 불법 다운로드해 공짜로 쓰려는 행태도 이와 비슷하겠다.

그러다보니 OTT가 프로모션을 축소하거나, 영화관이 관람료를 올리거나, 출판사가 책 값을 올리거나, 게임 기업이 과금 요소를 발표하면 숱한 비판이 쏟아진다.

‘요금 인상 폭이 너무 크다’, ‘게임 과금 모델이 불합리하다’ 등의 비판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콘텐츠는 무료 공유가 원칙이다’, ‘돈독이 올라 콘텐츠로 장사만 하려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비판은 틀렸다.

콘텐츠를 공짜라고 생각하면, 가치를 인정하고 지불하지 않으면 누가 콘텐츠를 만들려 할까.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이 사라지면 우리는 어떻게 콘텐츠를 얻고 즐길 수 있을까. 수요와 공급은 불가분의 관계다. 콘텐츠의 수요와 공급은 불가분, 나아가 상호보완 관계다.

가치가 없어 보이는 콘텐츠는 어떻게 해야할까? 시장의 원리에 맡긴다. 매력을 갖추기 위해 발전하거나 도태될 것이다. 가치가 있어 보이는 콘텐츠는? 가치를 지불하고 즐기면 된다. 만족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그 다음 이야기다.

‘콘텐츠가 공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행여나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바꿔야 한다. 콘텐츠는 공짜가 아니다. 가치를 가졌다. 그 가치를 발견하고 인정한다면 콘텐츠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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