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는 15일, 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세안 총 15개국이 참가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에 최종 서명했다. 세계 3분의 1시장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이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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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당국에 따르면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RCEP 15개국 인구는 22억6000만명으로 세계 30%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은 26조3000억달러, 무역 규모는 5조4000억달러로 경제 규모로도 세계시장의 3분의 1쯤을 차지한다. 11개국이 참가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보다 규모가 크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RCEP 협정에 따라 자유주의 무역이 확대회고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체제 약화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한국 수출 시장 확대와 교역 구조 다변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당국에 따르면 한국 RCEP 수출액은 2690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절반 규모다.

정부는 코로나19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여파가 글로벌 경제와 교역이 위축되고,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된 가운데 출범한 RCEP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입장에서는 경제영토 확장과 동시에 신남방 정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웃나라 일본과도 처음으로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얻게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일본에 대한 한국 산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자동차, 기계 등 민감 품목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했다. 개방하더라도 10년∼20년 장기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이번 RCEP 협정에는 거대 시장인 인도가 빠졌다. 인도는 대중 무역적자 확대 등을 이유로 최종 서명에서 참가하지 않았다.

RCEP를 통해 아세안 10개국은 한국을 대상으로 상품 시장을 추가 개방했다. 관세 철폐율도 2007년 한·아세안 FTA 관세 철폐율(79.1∼89.4%)보다 높은 91.9%∼94.5%로 끌어올렸다.

자동차·부품, 철강 등 한국 핵심 수출품목은 물론, 의료위생용품 등 코로나19 관련 유망 품목도 추가로 시장 개방을 확보했다. 게임·영화 등 콘텐츠 시장도 RCEP 협정에 따라 더 원활한 수출과 더불어 한류 콘텐츠 지식재산권(IP)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당국의 설명이다.

RCEP는 역내 국가 간 통일된 원산지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FTA 체결 때 발생하는 ‘스파게티 볼'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 스파게티 볼 효과는 접시 안에서 얽힌 스파게티 가닥처럼 나라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과 통관 절차 등으로 기업이 FTA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기존 중국, 아세안에 제품을 수출하면 원산지 기준이 제각각 달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RCEP를 통해 하나로 통일시킬 수 있어, 기업 편의성이 높아진다.

또, RCEP 참여국을 통해 재료를 조달·가공해도 원산지 누적을 인정받을 수 있다. 기존에 한국이 중국에서 재료를 수입해 호주로 수출하면 한국 물량만 원산지로 인정했지만, 앞으로는 중국 물량도 원산지 누적으로 인정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정부는 RCEP 서명 이후 국회 비준 동의 등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빠르면 2021년 상반기에 RCEP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했다. 참고로, RCEP가 발효되려면 아세안 10개국 중 6개국, 비아세안 5개국 중 3개국이 각국 비준 이후 사무국에 비준서를 기탁해야 한다. 비준서 기탁 이후 60일 뒤 발효된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