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전기차 보급에 제동이 걸렸다. 전세계적으로 화재 사고가 보고되면서 안전성 논란에 휩쌓였다. 아직 사고 발생건수는 미미하지만, 본격적인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두고 암초를 만난 격이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 브랜드도 각양각색이다. 사고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전기차 충전기 사용 이미지 / IT조선 DB
전기차 충전기 사용 이미지 / IT조선 DB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화재 사고와 연관된 차량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이다. 코나 일렉트릭은 지난 2년간 국내외에서 16건의 화재사건에 연루됐다. 현대차는 10월 16일부터 2017년 9월 29일~2020년 3월 13일 생산된 코나 일렉트릭 2만5500여 대에 대해 자발적인 리콜에 돌입했다. 글로벌 시장 전체로는 7만4000대 정도가 리콜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는 배터리모니터링시스템(BM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대응하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배터리 전체를 교체해야한다며 집단소송을 추진한다.

현대차는 10월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에 제출한 자료에서 ‘배터리셀 내부에 손상이 발생, 누전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공급사인 LG화학은 현재 현대차와 공동조사를 진행 중이며, 배터리셀 결함에 대해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GM도 2017~2019년 생산한 전기차 볼트 EV 6만9000천대에 대해 글로벌 리콜에 착수했다. 해당 차량의 경우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거나, 완충에 가깝게 전력을 저장한 경우 화재 위험이 발견됐다. 미국에서는 주차 중 뒷좌석 아래서 불이 난 사례가 3건 접수되기도 했다. 볼트 EV 역시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중간단계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역시 화재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포드는 지난 9월 유럽서 판매한 쿠가 PHEV 2만 여대를 리콜하고 판매를 중단했다. 해당 차종에서 7건의 화재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쿠가 PHEV 배터리 공급사는 삼성SDI다.

BMW도 유럽을 중심으로 PHEV 약 2만6000대에 대한 리콜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셀 문제로 누전이 발생, 화재 원인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배터리 공급사 삼성 SDI는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추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테슬라 역시 화재사고로 골머리를 앓는다. 2019년부터 화재결함 리콜 관련 미국서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단은 테슬라가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배터리를 수리하는 데 필요한 부담을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라는 미봉책을 선택했다고 주장한다. 업데이트를 받은 테슬라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 범위가 제한돼 주행거리가 줄어든다. 테슬라는 파나소닉으로부터 배터리셀을 공급받는다.

특정 자동차 제조사나 배터리 업체에 책임소재를 물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다수의 브랜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해서다. 일각에서는 치열한 전기차 주행거리 경쟁 속도에 배터리 안정성 기술 개발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산 초반 100㎞ 전후였던 전기차 주행가능 거리가 현재 200㎞~400㎞로 올랐으며,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이 커진 만큼 에너지 집적도도 향상됐다"며 "각국의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특정 업체에 대한 책임론보다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