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Q 인터뷰] '남해, 바다를 걷다' 고두현 시인

차주경 기자
입력 2020.11.26 09:00
‘남해, 바다를 걷다’ 이 시집은

갈 때마다 새로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곳. 시로 읊고픈 감정이 솟아오르는 곳. 형형색색 갖가지 새로움이 기다리고 있는 곳. 우리나라의 많은 여행지 가운데 ‘남해’를 표현하는데 알맞은 말이다.

그리고 남해에서 태어나 자라고 꾸준히 남해를 주제로 시를 쓴 시인이 있다. 고두현 시인이다. 그가 남해를 주제로 쓴 시만 선별해 시집 ‘남해, 바다를 걷다’를 냈다.

남해, 바다를 걷다 / 민음사
이 시집을 펼쳐 시를 읽고 눈을 감으면 눈 앞에 남해의 곳곳이 펼쳐진다. 시마다 주는 느낌도 사뭇 다르다. 뚜렷한 남해의 사계절을 책 한권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자연스레 독자들은 이 시집을 읽고, 남해에 가고 싶어질 것이다.

남해, 바다를 걷다를 쓴 고두현 시인을 만나 다섯가지 질문을 물었다.

Q1. 남해 문학여행 코스를 꼽는다면 어디가 좋을까요?

-남해에는 아름다운 곳이 정말 많다. 노량대교쪽으로 들어가 우선 ‘섬이정원’을 가 보는 것을 권한다. 작은 다랭이논들이 층층이 쌓여있는 곳인데, 너무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며놓았다. 그 언덕배기에는 하늘정원이 있다. 물이 잔잔하게 고여 있는데, 그 위에 하늘이 비친다. 이 곳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팔짝 뛰는 사진을 찍으면 아주 예쁘게 나온다.

바래길 코스의 시작, 다랭이마을에는 108계단 논이 주욱 펼쳐져 있다. 최근에는 바닷가까지 내려가는 데크도 설치됐다. 그 다음에는 남해 금산, 보리암이 있는 곳을 권한다. 금산을 뒤쪽에서 올라가 내려오면 아름다운 앵강만을 지나 상주해수욕장, 최근에는 상주 은모래 비치가 된 길 오른쪽 바다를 보면 노도라는 섬이 있다. 세계 최초 문학의 섬이다. 노도는 서포 김만중이 유배를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사씨남정기, 구운몽이 탄생했다.

송정 설리해수욕장을 거쳐 독일마을이 있는 물건리까지 가는 길이 물미해안도로다. 물건리의 물, 미조항의 미를 각각 땄다. 이 길이 너무 아름답다. 남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코스다. 연인이 이곳에서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면 사랑이 반드시 이뤄진다는 전설이 생겼다. 아름답고 의미 있는 곳이다.

물미해안에 최근 전망대가 생겼다. 내가 쓴 시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의 창작 배경이다. 첫 구절이 ‘저 바다 단풍드는 곳 보세요’다. 가을에 가면, 산에 든 단풍이 바다에 비쳐 바다에 단풍이 핀 듯한 느낌을 준다.

이국적이고 맥주도 맛있는 독일마을도 권한다. 이곳에서 파독 전시관을 들러보라. 독일에 간 광부와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보여주는데, 보는 이 대부분 눈물을 흘린다. 이들이 한국에 보낸 급여명세서, 송금영수증, 옛 여권 등이 있다. 당시 독일에 갔다 온 간호사가 설명도 해 준다.

창선대교를 지나면 창선도라는 작은 섬이 나온다. 고사리밭이 아주 아름답다. 이 코스 동선이 맞을 것이다.

Q2. 남해에서 맞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떠올려본다면 언제일까요?

-남해 금산 보리암에 딸린 작은 암자에서 상주해수욕장 학교까지 통학했다. 아침 일찍 통학하며 이슬 머금은 길섶 나무를 봤다. 평평한 돌을 하나씩 밟으며 뛰어내려가는데, 산꿩이 놀라 푸드득거리며 날아갔다. 특별한 기억이다. 시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를 쓴 배경, 물미해안에서 맞은 노을도 기억에 남는다.

금산 보리암에서 맞는 새해 일출도 일감이다. 날이 흐리면 안되니까, 이 일출을 보는데 수년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그 장면을 본 이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한다고 한다. 섬이정원에서의 고즈넉한 시간도 권한다.

Q3. 시인 고두현에게 남해란 어떤 의미인가요?

-남해는 내 고향이기도 하지만, 문학적으로 등기부등본과 같은 곳이기도 하다. 문학 상상력의 원천, 모성애의 섬이고 생각한다. 남해 모양을 보면 큰 섬이 작은 섬 창선도를 안고 있는, 아기를 안은 엄마의 모양이다. 남해는 바다를 의미하기도 하고, 섬의 이름이기도 하다. 남해는 ‘하나이면서 둘인 곳’이다.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 남해 가는 길, 유배시첩 1,2 연작 시였다. 그 시의 주인공이 서포 김만중이다. 내가 서포 김만중이 돼 천리 유배길을 육로로 와 다시 남해 섬으로 건너가는 장면과 그 때 그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하며 썻다. 살아돌아가지 못할지 모르는 유배길 위에 선 그의 마음을 형상화했다.

문학의 섬으로 거듭난 노도와 함께, 남해란 문학의 꽃을 피워준 곳이다. 절집에 살면서 학교를 오가던 길 위에서 장차 시인이 될 자양분을 먹고 자랐다.

Q4. 이 책의 정수를 담은 시 세편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보세요. 낮은 파도에도 멀미하는 노을. 해안선이 돌아앉아 머리 풀고 흰 목덜미 말리는 동안 미풍에 말려 올라가는 다홍 치맛단 좀 보세요(후략).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처음 아닌 길 어디 있던가. 당신 만나러 가던 그날처럼. ‘초행’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중략).

헤쳐놓았던 몇 겹의 종이 다시 접었다 펼쳤다. 밤새 남향의 문 닫지 못하고 무연히 콧등 시큰거려 내다본 밖으로 새벽 눈발이 하얗게 손 흔들며 글썽글썽 녹고 있다. ‘늦게 온 소포’

Q5. 남해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팁을 주신다면?

-’남해, 바다를 걷다’ 시선집을 낸 이유는 남해를 기억하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까란 질문에서였다. 지금까지 내가 쓴 남해 관련 시만 수십편인데, 독자들이 이를 모아 테마 시선집을 내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줬다. 그래서 민음사와 특별 판형으로 시선집을 냈다.

여행은 그냥 경치만 보고 오는 것이 아니다. 여행지의 속살을 느끼고 그 속에 감춰진 이야기들, 특별한 여유, 오래 간직하고픈 추억을 가져오는 것이 여행이다.

특히 남해는 남쪽에 있어 심리적으로 따뜻하고 여유 있는 느낌을 준다. 시의 행간을 거니는 느낌으로 남해를 거닐어보면 남다른 감성을 가질 수 있다. 돌아올 때 풍성한 추억 속 공간, 공간 속 사람들의 이야기, 남해가 주는 특별한 모성적 문학의 향기 등을 보듬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역사책방은 11월~12월 중 출판 강연과 행사를 아래처럼 마련합니다.

11월 28일(토) 11:00 박태웅 저자 ‘광화문 문학기행-낮선 친숙함의 세계로’
11월 28일(토) 14:00 허진모 저자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 2’
12월 1일(화) 19:30 한정주 저자 ‘명심보감 인문학’
12월 3일(목) 19:30 주경철 저자 ‘유럽인 이야기’
12월 10일(목) 19:30 김이경 저자 ‘애도의 문장들’
12월 12일(토) 10:00 김인철 저자 ‘근대건축기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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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두현은

경남 남해 금산에서 자랐다.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서정과 서사의 깊이를 함께 아우르는 그의 작품은 ‘잘 익은 운율과 동양적 정조, 달관된 화법으로 전통시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 박목월의 시에 방불한 가락과 정서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KBS와 MBC, SBS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에서 책 관련 코너를 오래 진행했다. ‘시 읽는 CEO’를 통해 시와 경영을 접목, 독서경영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시에 담긴 인생의 지혜와 일상의 소중함을 전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고두현 시인
저서로는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를 비롯해 시 산문집 ‘시 읽는 CEO’, ‘옛 시 읽는 CEO’, ‘마흔에 읽는 시’, ‘마음필사’, ‘동주필사’, ‘사랑, 시를 쓰다’ 등을 냈다.

book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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