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 등 한·미 양국서 6건의 소송을 치르며 으르렁댄다. 배터리 업계는 소송 장기화에 따른 양사의 투자 공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양사는 최근 앞다퉈 배터리 관련 투자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해외 배터리 생산기지 증설, 소재 등에서 불꽃 튀는 투자 경쟁을 펼치며 소송 장기화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키는 듯한 양상을 띈다.

남경 신강 개발구에 위치한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1공장 전경 / LG화학
남경 신강 개발구에 위치한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1공장 전경 / LG화학
LG화학은 인도네시아에 공장 짓고 LG에너지솔루션은 12월 1일 출범

2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현대차와 함께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합작법인(JV) 공장을 지을 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투자청은 26일(현지시각) 동자바 자본투자청(DPMPTSP) 유튜브 채널에서 LG화학·현대차 투자와 관련 "2021년부터 (배터리 공장) 건설에 돌입해 2023년 상업 생산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이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지을 경우, 현대차를 비롯해 아세안 지역에 들어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위한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 LG화학은 GM, 폭스바겐 등에 배터리 공급권을 속속 따낸 덕에 수주 잔고가 150조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35GWh인 국내외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까지 200GWh이상으로 늘릴 계획인데, 매년 3조원대 자금이 필요하다. 12월 1일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 출범을 통해 수주 확대 및 수요 증가를 대비한 투자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LG화학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배터리 생산 거점지 추가 확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장승세 LG화학 전지 경영전략총괄(전무)은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중국 등 권역별 공급역량을 확보했다"며 "신규 공장은 자동화 공정으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스마트팩토리 형태로 안전, 품질, 친환경화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소재에 대한 공격적 투자에도 나선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설립한 연산 4만톤 규모 양극재 합작 생산법인이 10월 말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LG화학은 양극재 합작법인에 1561억원을 출자해 51% 지분을 확보했고, 전구체 부문은 833억원을 투자해 지분 49%를 확보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양극재 사업은 2025년까지 생산량을 17만톤으로 확대하고, 매출액은 4조원 이상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SK이노 중국 옌청 공장 11월부터 본가동, SKIET는 분리막 사업 강화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10월 말 1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춘 중국 옌청 공장을 준공했다. 11월부터 가동에 돌입했다. 회사는 늘어나는 중국 물량에 대비해 2019년 말 옌청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투자 비용은 15억달러(1조6500억원)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헝가리 코마롬 공장, 국내 서산 공장, 중국 창저우, 중국 옌청 공장을 합해 총 30GWh로 늘었다.

2022년에는 1분기 9.8GWh 규모 헝가리 2공장을 가동하고, 2022년 1분기 미 조지아주에서 9.8GWh 규모 미국 1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2023년 1분기 11.7GWh 규모 미국 2공장 증설을 완료해 양산에 돌입한다. 이를 통해 2022년에는 매출 5조원 중반대 달성과 함께 손익분기점을 실현하겠다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소재 계열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통한 분리막 사업 강화에 나선다.

SKIET는 최근 중국 창저우에 분리막 신규 공장에서 상업 생산을 개시했다. 중국 추가 증설과 폴란드 공장 신설을 통해 2020년말 생산능력을 8억7000만㎡, 2023년까지 분리막 생산량을 18억7000만㎡로 늘릴 계획이다. SKIET는 추가 투자를 위해 2021년 초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