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준대형 세단 K7의 차명을 K8로 교체하기로 결정하면서 브랜드 제품 라인업에 대대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세단 라인업을 간결화하는 대신 SUV 비중을 늘려 승부수를 띄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국내 판매 중인 기아차 제품 라인업 중 일부 / 기아자동차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판매 중인 기아차 제품 라인업 중 일부 / 기아자동차 홈페이지 갈무리
23일 본지는 [단독] 기아차, K8 나온다 제하의 보도를 통해 K8의 등장 소식을 알렸다. 기아차는 2021년 3월 양산 예정인 K7 3세대 완전변경차(코드명 GL3)의 차명을 K8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차명 내 숫자를 높여 이전보다 한단계 진화한 상품성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기아차는 세단 차명을 브랜드를 상징하는 K와 차급에 따른 숫자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짓는다. 현재 기아차 세단 라인업은 준중형 K3, 중형 K5, 준대형 K7, 대형 K9 등으로 구성된다. 단순히 숫자를 붙이는 게 아니라 홀수를 유지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BMW와 유사한 전략이다.

하지만 K8이 등장하면서 이 같은 공식이 깨졌다. K7의 급을 한단계 높이면서 K9과의 간섭효과도 우려된다. 다른 세단들도 차명을 변경하면서 전체적인 라인업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확장보다는 축소 쪽에 힘이 실린다. 국내외 자동차 업계의 전례가 있어서다.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준중형 SM3, 중형 SM5, 준대형 SM7 등으로 오랜 시간 세단 제품군을 운영했다. 2016년 중형~준대형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SM6를 투입했다. 이후 2019년 SM5, 2020년 SM3와 SM7를 단종하면서 현재 세단은 SM6와 전기차 SM3 Z.E.만 남은 상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종합 자동차 브랜드가 세단에서 SUV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사례는 다수 보고된다. 대표적으로 사례로 포드가 있다. 포드는 2018년 11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공장 자동화와 조직 개편 등과 함께 포드는 ‘세단 단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북미 지역을 시작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는 세단을 단계적으로 단종시키고 SUV와 픽업트럭 전문 제조사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기아차는 ‘판매 역전현상’을 겪었다. 2021년 1~10월 기아차 세단 판매대수는 19만3457대, SUV 등 RV는 21만5103대로 SUV 등이 앞섰다. 2019년 1~12월 세단 23만2611대, RV 22만5627대로 격차가 줄어든지 1년만이다. 2020년 10월 현재 국내외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는 중형 SUV인 스포티지다.

국내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기아차 세단 ‘K’ 시리즈는 차명에서 알 수 있듯 브랜드의 중추로 오랫동안 받아들여진 제품들이다"라며 "당장 기아차가 (판매감소를 이유로) 세단을 단종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세단 약세·SUV 강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기아차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SUV 제품군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 SUV 라인업을 늘리고 세단 제품군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