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77년작 ‘초합체마술로보 깅가이저(超合体魔術ロボ ギンガイザー)’는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정통파 슈퍼로봇에 ‘마술' 요소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마술을 테마로 삼은 만큼 주인공이 마술쇼를 벌이고, 순간이동을 하며, 탑승 로봇도 트럼프카드 무기로 적을 공격하기도 한다.
깅가이저 애니 TV시청률은 1977년 4월30일 방영된 4화가 가장 높은 ‘7.3%’을 기록했다. 일본 국민애니로 평가받는 ‘치비마루코쨩'이 39.9%, ‘드래곤볼'이 29.5%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깅가이저는 당시 어린이들로부터 큰 인기는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2015년도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지고, 2017년 40주년 기념 프로젝트 크라우드 펀딩이 일본 현지에서 진행되는 등 깅가이저는 로봇애니 마니아들 사이에서 아직도 기억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초합체마술로보 깅가이저 소개 영상. / 유튜브
수만년전 고대 지구에 내려온 외계인 ‘사조리온 제국'은 힘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안타레스 대마옥(大魔玉)’을 만들지만 지구의 지각 변동으로 인해 지하 깊숙히 들어가고 만다. 현대 지구에서 다시 일어난 사조리온족의 후손들은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안타레스 대마옥을 찾아 나선다.
지구에는 사조리온족과 대립 관계에 있던 플라즈만 종족의 후손도 살고 있었다. 플라즈만의 후손인 고드 박사는 사조리온 제국의 부활을 예견하고 마술, 순간이동에 내성을 가진 4명의 젊은이를 끌어들여 ‘초상마술단(超常魔術団)’이라는 소수정예 부대를 만든다.
깅가이저 감독은 ‘독수리오형제', ‘SF서유기 스타징가', ‘허리케인 포리마' 등의 작품에서 연출을 맡고 ‘머신 블래스터', ‘우주마신 다이켄고', ‘닌자전사 토비카게', ‘중화일번' 감독직을 맡았던 안노우 마사미(案納正美)다.
깅가이저 메카닉 디자인은 ‘콤바트라V’, ‘볼테스V’, ‘투장 다이모스', ‘용자 라이딘', ‘성전사 단바인', ‘초시공세기 오거스' 등의 작품에 등장했던 로봇을 탄생시킨 미야타케 카즈타카(宮武一貴)가 맡았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미야타케가 로봇 메카닉 디자인에 있어 ‘건담'과 ‘보톰즈' 디자이너로 유명한 오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와 쌍벽을 이룬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애니 잡지 아니메쥬에 따르면 미야타케는 당시 자신이 디자인한 로봇이 기획 당시 원안과 달리 그림이 간략화 된 것에 불만을 품고 제작진 정보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미야타케의 메카닉 디자인은 정밀하면서도 세밀한 선이 많다고 평가 받는다.
깅가이저는 ‘그랜파이터', ‘불게이터', ‘스핀랜서' 3대의 슈퍼로봇과 ‘애로우윙'이라 불리는 비행체가 서로 결합한 형태다. 1970~1980년대 변신합체 슈퍼로봇의 최종 형태는 보통 로봇이지만, 깅가이저는 최종 형태가 비행체에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변신합체 방식도 꽤 복잡하며,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제작된 깅가이저 변신합체 장난감도 몇 번이고 끼고 빼고 맞추어야지만 최종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슈퍼로봇의 대명사 마징가Z와 리얼로봇 대표주자 건담이 높이 18미터인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더 큰 셈이다.
‘그랜파이터', ‘불게이터', ‘스핀랜서' 3대의 슈퍼로봇과 비행체 ‘애로우윙'은 놀이공원으로 위장한 이동형 기지 ‘매지컬 베이스'로부터 출격한다. 매지컬 베이스는 이들 로봇과 전투기를 순간이동 방식으로 적진에 곧바로 투입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애니메이션에서는 순간이동으로 인해 파일럿에게 부하가 걸리는 연출이 그려졌다. 긴급 상황이 아닐 때는 바퀴로 땅을 달리거나 비행체와 결합해 공중을 비행하기도 한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