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새출발한다. 초대 CEO로 선임된 김종현 대표(사장)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회사를 확고한 1위로 올려놓기 위한 여정에 돌입했다. 투자 확대로 시장을 선도해 2024년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안정성 논란, SK이노베이션과 벌이는 소송 등 리스크를 안고 있다. 김종현 대표는 선임과 동시에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LG화학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공장/ LG화학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LG화학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공장/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은 1일 창립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을 초대 대표이사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분할등기예정일은 12월3일이다. 초대 이사회 의장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맡는다.

김 대표는 이날 출범사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분사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며 위대한 여정에 나섰다"며 "우리의 저력을 믿고 자신감 있게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2020년 예상 매출액은 13조원쯤이다. 2023년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현재 두 배 이상인 260기가와트(GW)로 늘리고, 2024년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해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9월 세계 전기차 탑재 배터리 누적 사용량은 중국 CATL(19.2GWh)이 LG에너지솔루션(18.9GWh)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3위 일본 파나소닉도 17.6GWh 탑재로 LG화학을 바짝 뒤쫓는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확고한 1위를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수주 물량을 공격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설비 증설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 자금 유치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IPO는 이르면 2021년 하반기, 늦으면 2022년 상반기 마무리 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증시는 물론 미국 나스닥 등 해외 증시 상장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미국 GM ‘볼트 EV’ 등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한 것도 악재다. 독일 오펠도 ‘암페라-e’의 리콜을 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결함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화재 원인 규명 결과에 따라 배터리 교체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특허 관련 소송도 부담이다.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은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맡는다. 소송전의 핵심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영업비밀침해 소송 최종 판결이 10일로 다가왔다.

증권가에서는 소송 당사자 교체를 기점으로 양사 간 합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 대표가 분사 후 성공적인 연착륙을 하기 위해 소송 이슈를 하루빨리 마무리하고,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양사 간 합의금을 둘러싼 입장차가 커, ITC의 최종 판결에 앞선 합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ITC의 최종 판결이 나온 이후 깜짝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 대표는 출범사를 통해 "우리 앞에 마냥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눈앞에 해결해야할 수많은 과제들이 놓여 있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도전들이 파도처럼 밀려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체적 사안을 얘기하지 않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에 놓인 당면 과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언급이다.

그는 "(수많은 과제가) 전 두렵지 않다. 여러분도 두려워 말아달라. 지금까지 우리가 이룬 성과는 생각보다 위대하며 그 저력을 믿고 자신감 있게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를 만들어가자"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