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듯, 기득권 간 주도권 다툼 뒤엔 희생자가 따른다. 정부 부처 간 기싸움을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부처 간 칸막이 행정의 불똥은 언제나 그렇듯 규제를 받는 사업자나 분쟁조정을 원하는 이들에게 향한다.

최근 음악 사용료(저작권료)를 둘러싼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업계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의 갈등을 다루는 부처 간 모습에서 비슷한 그림이 그려진다. 문체부는 12월 중으로 저작권료 징수율을 최종 결정한다. 관련 내용을 취재하다 다소 듣기에 불편한 소식을 접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충돌이다.

방통위는 현재 저작권료 관련 심의를 앞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문체부에 OTT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달했다. 문체부에는 방통위 관계자가 직접 방문해 설명했고, 저작권위에는 공문을 보냈다.

방통위가 전달한 내용을 보면, 해외 사례와 함께 라디오 방송에서 음악을 다시듣기로 들을 수 없는 사례 등이 있다. OTT가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매출과 이익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 저작권료 인상을 논의하자는 의견도 있다.

문체부는 방통위가 저작권위에 공문을 보낸 사실을 알게 된 후 항의를 했다고 한다. 양 측의 의견을 듣고 공정하게 심사하고 있는데, 왜 다른 부처가 끼어드냐는 것이다. 문체부가 주관하는 영역에 침범하지 말란 소리다.

국내 주요 OTT 사업자들은 한목소리로 저작권료 인상이 막대한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며 우려를 쏟아낸다. 이런 상황에서 OTT정책지원을 담당하는 조직이 ‘내 소관이 아니다'하며 손 놓고 있는 것이 옳은 처사일까.

6월 정부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부처가 합동해 만든 발전방안이었다. 과기정통부는 방송채널사업정책팀을 OTT활성화지원팀으로 변경하고, 방통위는 OTT정책협력팀을 신설해 OTT 산업 활성화를 지원 중이다. 문체부도 OTT활성화를 담당하는 협의회가 있다. OTT 소관부처가 뚜렷하지 않다보니, 9월에는 청와대 주재 범부처 ‘OTT 정책협의회’가 구성됐다.

그런데 방통위와 문체부의 사례처럼 이렇게 부처 간 선을 그어 정책을 고심한다면 애써 만든 발전 방안과 협의회가 다 무슨 소용인지 의문이 든다.

물론 저작권 문제는 문체부의 소관이 맞지만, 타 부처는 ‘상관말라'는 식의 반응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서로 협력해서 OTT를 키워보자고 외쳤던 그간 정부의 노력에 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과기부와 방통위가 문체부에 의견을 전달한 것은 업계 의견이 문체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까 하는 사업자들의 우려와 요청이 있어서다. 단순히 영역 침범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물론 OTT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중 어디에 들어가야 하느냐는 문제 때문에 부처 간 주도권 다툼으로 비화할 여지는 많다. 하지만 지금은 영역 다툼을 할 때가 아니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빠르게 잠식하는 상황이다.

부처 간 협력해 국내 사업자들이 글로벌 OTT에 대응하고, 더 나아가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해도 모자랄 때다. 권한을 놓고 기싸움을 하기보단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