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대표이사 3인과의 동행을 4년째 이어간다. 삼성전자는 2일 2021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기존 3인 대표이사를 유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일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을 도모하고,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과감한 쇄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김현석 삼성전자 사장·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 삼성전자
왼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김현석 삼성전자 사장·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 삼성전자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 사장 등 3인은 2017년 10월 부문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뒤 2018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21년에도 유임을 확정하면서 햇수로는 4년째 대표이사 자리를 나란히 지키게 됐다.

2020년 초 인사가 나올때만 해도 3인 대표가 각각 겸직을 내려놓으면서 세대 교체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당시 김기남 부회장은 종합기술원장직을 내려놨고, 김현석 사장도 생활가전사업부장 자리를, 고동진 사장은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내려놨다.

재계에서는 3인의 유임이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위기에 적기대응하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한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연결기준 매출액이 66조9600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18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에 1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12조3533억원을 달성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0년 삼성전자 매출액은 238조4040억원으로 2019년 대비 3.5% 늘고, 영업이익은 37조1055억원으로 3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남 부회장은 만 62세, 김현석 사장과 고동진 사장은 각각 만 59세다. 2021년에는 3인 모두 60대가 된다. 대표이사 3인방은 향후 경험과 연륜을 살린 경영을 펼치며 세대교체의 초석을 놓을 전망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리스크를 겪고 있는 점 때문에 인사가 12월 말이나 2021년 초로 지연될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 등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예정대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재계에서 관심을 모은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이번 인사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당장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경영권 승계의혹 재판 등의 사법 리스크가 남아있다. 회장 타이틀을 급하게 달 필요가 없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1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