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카봇·또봇·미니특공대·슈퍼윙스 등 로봇 장난감이 대세
철저히 매니아 층 공략한 日 vs 타깃 세분화해 전략적 접근한 韓
유튜브 등 유통 채널 다양화도 한 몫

1970~1980년대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은 일본 표절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은 일본과 차별화된 내용과 구성을 갖추고 이를 경쟁력 삼아 콘텐츠와 완구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를 굳히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펜타스톰X 리턴즈. / 초이락컨텐츠컴퍼니
펜타스톰X 리턴즈. / 초이락컨텐츠컴퍼니
3일 완구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산 로봇 ‘헬로카봇(제조사 초이락컨텐츠컴퍼니)’과 ‘또봇(제조사 영실업)’ 시리즈가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일본산 로봇 장난감 판매는 크게 줄었다.

실제 시장에서 가장 높은 판매를 기록하는 로봇 장난감은 ‘헬로카봇'이다. 헬로카봇 시리즈는 2014년 12월 등장한 5단 합체 상품 ‘펜타스톰X’ 이후 시장에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초이락 관계자는 "펜타스톰X는 6년전 크리스마스 시장에 등장해 최고 상품으로 떠오랐다"며 "헬로카봇이 크리스마스 장난감 시장 대표 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 콘텐츠와 고품질 장난감 개발에 힘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현재 국내 장난감 시장은 삼지애니메이션의 ‘미니특공대', 퍼니플럭스 ‘슈퍼윙스', 아카데미과학 ‘로보카 폴리', ‘타오르지마 버스터' 등 국산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기반으로 제작된 로봇이 치열하게 경쟁한다. 일본산 로봇이 점령했던 과거 국내 장난감 시장과 비교해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여기에 일부 국산 로봇 장난감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효자상품 역할을 하고 있으며, 몇몇 국산 로봇 애니메이션은 일본 방송국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또봇V. / 영실업
또봇V. / 영실업
국산 로봇이 콘텐츠와 장난감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이유는 ‘차별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타깃을 명확하게 하고 접근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원조 변신합체 로봇을 탄생시킨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성인층과 마니아층을 겨냥해 로봇 애니 콘텐츠를 만들었다. 마징가Z를 필두로 한 슈퍼로봇 콘텐츠와 상품 소비층은 1970년대 당시 어린시절을 보낸 현재의 중년이며, 상품 기획 역시 성인층에 맞춘 프라모델과 고가 피규어 상품이 대부분이다.

반면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은 철저히 ‘어린이'에 집중했다. 단순히 어린이가 아니라 0~3세, 4~7세, 초등학생 등 세분화해 접근했다. 그 결과 현재 한국 슈퍼로봇은 장난감 상품이 대부분이다. 내용면에서도 폭력성이 거의 없고, 어린이에게 교훈을 전달하는 방향으로 꾸며졌다. 철저히 어린이 눈높이에 맞췄다. 보호자들까지 끌어안은 비결이자 해외시장에서도 수요가 높은 이유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방영 전부터 장난감 회사 등과 협업해 애니메이션과 장난감을 동시에 내놓는 전략을 펼쳤다. 시너지 효과를 노린 셈이다. 로봇 장난감 제작사가 애니메이션 제작 단계부터 참여해 방영과 동시에 제품을 판매한다. 그 결과 애니메이션 성공이 장난감 시장의 판매량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여기에 유튜브와 스마트폰의 보급 등 유통 플랫폼의 다양화도 한 몫했다. 누구나 유튜브만 틀면 애니메이션에 접근할 수 있는데다가 제작사는 새로워진 유통 플랫폼에 맞춰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로봇 콘텐츠는 이미 성인 시장에 특화돼 있어 글로벌 시장측면에서 어린이에 포커스를 맞춘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은 시장에서 매력적이라 평가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