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이 환경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등을 위해 기업 차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가속화하고, 인간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4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3일 최종현학술원과 일본 도쿄대가 '지구환경 위기와 글로벌 거버넌스'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도쿄 포럼 2020' 개막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태원 회장이 2019년 12월 6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 2019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2019년 12월 6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 2019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SK그룹
2019년에 이어 2회째를 맞은 도쿄 포럼은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3일부터 4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최 회장은 SK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인재육성 뜻을 기려 설립한 최종현학술원 이사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최 회장은 "우리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등이 환경재앙을 초래한 이른바 '인류세(Anthropocene)'에 살고 있다"며 "환경을 해치는 잘못된 행동을 궁극적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과 방법론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류세는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 박사가 2000년 제안한 지질학 개념이다. 인간 활동이 지구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라는 뜻이다.

최 회장은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 사회적 가치(SV) 창출,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ESG 경영을 가속화하는 것이 환경 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등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업의 ESG 경영 추진 노력과 성과에 따른 가치 측정 체계가 고도화될수록 기업의 행동도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는 바스프, 도이치뱅크, 노바티스 등 글로벌 기업과 비영리법인 VBA를 만들어 사회적 가치 측정의 국제 표준을 만들고 있다.

최 회장은 "기업의 ESG 경영성과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사회적 기업이 만든 제품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SK의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제도를 소개했다.

그는 "이런 전략과 시스템은 우리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며 "무엇보다 코로나와 환경재앙, 무관심, 증오 등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공감 능력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3일 특별대담 세션에는 도미닉 오프리 세계경제포럼(WEF) 수석이사,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연구소장,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등이 참여해 글로벌 자연환경 보호와 지속가능성장 방안에 관해 토론했다.

4일은 지구 환경자산 보호·관리방안, 글로벌 음식 공급·소비 변화와 순환 경제 촉진 시스템 구축, 환경보호를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활용 등에 대한 패널 토론이 진행된다.

최종현학술원과 도쿄대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각국 참가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진행한 이번 포럼에는 글로벌 석학과 국제기구 관계자, 기업인 등 40명이 참여했고, 온라인을 통해 세계 각국에서 4500명이 시청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