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금·판박이 비판 '뽑기' 게임이 진화한다

오시영 기자
입력 2020.12.05 06:00
모바일 게임 업계가 ‘뽑기’형 게임 개선에 나섰다. 이용자의 수집욕을 자극해 매출을 내야 하기에 과금 요소가 너무 강했고, 판에 박힌 듯 게임성도 대개 유사하다는 비판을 의식한데 따른 조치다.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오븐브레이크가 11월 선보인 아이돌 그룹 콘셉트 쿠키 ‘케이크 팝스’ / 데브시스터즈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뽑기 게임에 ‘독특한 소재’ 도입이 활기를 띤다. 수집의 재미는 강화하면서 이용자가 받는 스트레스를 낮추려 시도다. 다른 뽑기 게임과 차별화할 협업, 줄거리 등 개성도 강화한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우표, 애니메이션 캐릭터카드, 레고, 피규어 등 수집의 대상이 다를 뿐 어떤 대상에 애정을 쏟고 하나씩 모으는 행위에서는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며 "게임에서는 단순히 ‘수치’가 높은 캐릭터를 뽑게 만드는 것을 넘어 캐릭터에 고유한 이야기와 이벤트를 부여하면서 수집의 재미를 높이고자 노력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콘셉트와 스토리 중심 ‘쿠키’로 이용자 호응 ↑

7월 등장한 바다요정 쿠키 스킨 이미지 / 데브시스터즈
데브시스터즈가 4년 이상 서비스하는 장수게임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는 캐릭터인 ‘쿠키’와 그 단짝인 ‘펫’, 이들이 활용하는 ‘보물’을 주요 수집 요소로 내세웠다. 회사는 매달 마지막 주에 하나의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콘텐츠를 다수 추가한다. 출시 당시 30종쯤에 불과했던 쿠키와 펫은 벌써 120종까지 늘었다. 보물은 70종쯤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 ‘디자인’에 공들인다. 쿠키는 콘셉트에 맞는 이름, 디자인, 배경 스토리, 특수 능력을 지닌다. 게임 내에서 서로 다른 쿠키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기도 한다.

이 덕에 이용자는 게임 내 성능이나 점수 수치로 쿠키를 평가하는 것을 넘어 등급·성능과 무관한 ‘최애캐(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꼽는다. 그림, 영상 등 각종 2차 창작도 활발하게 일어난다. 데브시스터즈 한 관계자는 "새 쿠키를 공개할 때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는데, 영상마다 3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이용자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또한 다양한 외형과 성능 변화를 제공하는 수집 요소인 ‘쿠키 스킨’은 게임 인기를 견인하는 역할도 한다. 회사 관계자는 "7월 '해저도시 슈가티어' 업데이트에서는 바다요정 쿠키 스킨 2종 덕에 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5위, 태국에서는 7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며 "젤리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젤리 스킨’은 게임 점수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나,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덕에 마니아 사이에서 주목받는다"고 말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재미와 무료 재화 뽑기로 인기

캐릭터가 직접 달리는 광속 배찌(왼쪽), 이마트 쇼핑카트 모양 카트의 모습 / 넥슨
넥슨이 5월 출시한 모바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11월 27일 세계 누적 이용자 수 2000만명을 넘기며 흥행 중이다. 이 게임의 주요 콘텐츠는 카트와 캐릭터를 수집하고, 이들과 함께 경주로를 달리는 것이다.

넥슨은 ‘시즌별 테마 카트’, 다른 기업과 ‘협업한 콘텐츠’를 강화한다. 무료 재화로 카트와 캐릭터를 무조건 뽑을 수 있게 해 소비자 부담도 줄인다.

PC 원작에 등장했던 솔리드, 세이버 등 오리지널 카트나 스포츠카, 클래식카, 오토바이를 바탕으로 한 카트는 물론, 캐릭터가 직접 두 발로 달린다는 재미난 콘셉트의 ‘광속 배찌’, 이마트 쇼핑카트나 현대자동차 쏘나타 N라인과 협업한 카트나 펭수 협업 캐릭터 등 다양한 수집 요소를 마련했다.

한 10대 게임 이용자는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카트가 수치상으로는 더 좋은 경우가 많으나, 그 차이가 크지 않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카트 ‘소닉’이나 시즌 패스로 획득할 수 있는 카트만으로도 최고급 카트 ‘백기사’를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덕에 수집에 대한 스트레스가 낮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넥슨 한 관계자는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레이싱의 재미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 카트를 선보인다"며 "이용자는 취향이나 상황에 맞게 알맞은 카트를 선택해 달릴 수 있다. 카트 별로 가속도, 부스터 게이지, 드리프트 등 다른 요소에서 차별점을 마련해 이를 수집하고 바꿔타는 재미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줄거리 장대한 오픈월드게임에 수집 요소 자연스레 녹여내기도

미호요 원신(왼쪽), 넷마블 세븐나이츠2 이미지 / 각 사 제공
게임성과 캐릭터가 대개 비슷해 ‘판박이 게임’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줄거리, 게임성을 강화한 오픈월드게임 뽑기 요소를 더한 것. 중국 게임사 미호요의 원신과 넷마블 세븐나이츠2가 대표적이다.

미호요 원신은 출시 직후 세계 모바일게임 매출 최상위권에 올랐다. 세븐나이츠2도 출시 직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게임 규모가 커 즐길거리가 많고, 뽑기로 얻은 캐릭터가 자연스레 줄거리를 이끈다는 점에서 호평이다.

넷마블 한 관계자는 "세계관과 이야기 구축에 공들였다. 영웅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이용자가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몰입할 수 있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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