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4400만명분 확보,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김연지 기자
입력 2020.12.09 06:00 수정 2020.12.09 12:42
선구매 계약 체결한 곳은 아스트라제네카 유일
화이자·모더나·얀센은 정식 계약 아닌 약관·확약서
업계 "계약보다 구속력 약해…계약해도 공급 우려 여전" 우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계약 현황을 공개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일하게 선구매 계약을 맺은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현지에서 생산 지연 현상을 겪는 데다가 화이자·모더나·얀센과는 최종 계약을 아직 체결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식 계약 및 물량 공급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8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백신 도입 브리핑을 열고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분, 글로벌 제약사를 통해 3400만명분 등 총 44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픽사베이
유일하게 선구매한 백신은 공급 차질 문제

정부가 백신 계약 현황을 야심차게 발표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선 유일하게 선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에서 생산 지연 현상을 겪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올해 400만회분 정도만 납품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가 선구매한 양의 절반과 영국 정부가 연말까지 약속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분(3000만회분)에 훨씬 못 미치는 양이다.

영국 정부 내 백신 TF의 이안 맥커빈 총괄은 "백신 보급이 지연되고 있다"며 "국내(영국) 제조에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우선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수입될 전망이다. 원래 영국에 공급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자체 공급망을 통해 생산될 예정이었다.

효능과 안전성도 논란이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 과정에서 실수를 반복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부작용이 특별히 크지 않다"며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있는 만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우선 구매한 것은 전략적으로 옳은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우선 순위에 뒀다. 실제 양국 보건당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순으로 백신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하고 접종에 나서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추후 임상 결과를 지켜보고 승인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정식 계약은 아직… ‘급한 불 끄기’였나

이 밖에 주목할 부분은 정부가 추진하는 화이자·모더나·얀센 백신에 대한 정식 계약 및 공급 여부다.

정부는 이들 백신에 대한 구매약관과 공급확약만을 통해 구매 물량을 확정지은 상태다. 박능후 장관은 "아스트라제네카와는 구매계약을 체결했지만, 화이자와 얀센(구매약관), 모더나(공급확약서)와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를 통해 구매 물량을 확정했다"며 "정식 계약은 이달 내 완료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구매약관과 공급확약이 선구매 계약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와 체결한 선구매 계약의 경우는 주어진 기간 내 지정된 수의 백신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지만, 최종 계약 전 단계인 구매약관과 공급확약은 계약 대비 의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구매·공급 확약은 계약보다 구속력이 떨어진다"며 "정식 계약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확실성을 논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구매약관과 공급확약은 최종 계약 전 요구사항 또는 업무 수행 확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정부가 정식 계약에 앞서 발표만 먼저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백신 선구매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국민 지적에 못이겨 발표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기업 간 거래를 주로 담당하는 변호사는 "계약서는 양자가 체결한 문서로, 양측의 권리의무가 표시되는 반면 확약서는 일방적으로 한쪽에서 작성했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의미가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률상 의미로만 볼때, 구매 약관에는 제약사로부터 백신을 구매하려는 측(정부)이 요구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며 "공급 확약서에는 통상 공급하는 대상(제약사)이 받는 대상(정부)에 ‘일정 수준의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담는다"고 설명했다.

계약 맺어도 공급 우려 "선구매 국가에 밀리는거 아냐?"

계약을 맺더라도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선구매 계약을 맺은 국가가 줄을 선 상태이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현재 접종되는 화이자 백신만 해도 미국과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 멕시코, 호주 등이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국가가 선구매한 백신양은 10억 도스(1도스는 1회 접종량)가 넘는다.

더군다나 이들 제약사는 현재 원료 부족 가능성을 이유로 올해 생산 목표를 감축한 상태다. 올해 출하 목표를 당초 1억회분으로 잡았던 화이자는 목표를 5000만회분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선구매 협상을 진행한 국가 대상으로 초기 생산된 백신이 우선 공급되면서 우리나라에 백신이 공급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내년 안으로는 백신을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박능후 장관은 "내년 연말 안으로는 이들 백신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며 "국민의 절반 정도가 백신 접종을 마친다면 코로나19 이전으로의 일상 복귀가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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